김정은 "적의 수도 붕괴"…중대급 부대에도 초대형 방사포 배치

이유정, 이근평 2024. 3. 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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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서부지구 포병부대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한 600㎜ ‘초대형방사포’ (KN-25)를 중대급 부대에 실전 배치했다고 19일 처음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북한판 에이태큼스(KN-24)·600㎜초대형방사포(KN-25) 등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종 세트’ 중 실전 배치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우리 군의 새 세대 핵심 타격 수단인 초대형방사포를 장비하고 중요 화력 타격 임무를 맡은 서부 지구 포병 부대의 일제 사격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적의 수도를 붕괴시킬 태세”를 준비하라며 ‘서울 직격’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이날 훈련에 대해 “처음으로 되는 중대 단위 일제 사격 모습”이라면서 “무기체계 실전능력을 점검하고 동원태세를 검열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KN-25가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일제히 발사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상으로는 6문의 TEL에서 각 한 발씩, 모두 6발이 발사됐다. 이는 KN-25를 운용하는 1개 중대가 최소 6문의 TEL로 구성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실제 발사 수는 6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중대 규모는 이보다 더 크거나, 이날 훈련에서 1개 중대 이상 동원됐지만 전술적 이점을 위해 제한적으로만 공개한 것일 수 있다.

남한 전역을 노리는 KN 계열 미사일의 실전성은 그간 큰 관심을 모았다. 북한은 지난해 1월에도 “600㎜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실전 배치했다”고 주장하며 이틀에 걸쳐 4발을 발사했지만, 실전 훈련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선 평가가 엇갈렸다. 이번에는 중대급 사격훈련 사실과 일제 발사 사진을 공개하면서 신빙성을 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KN-23은 2019년 5월, KN-24와 KN-25는 같은 해 8월 처음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시험발사 약 5년 만에 KN-25가 가장 먼저 실전 배치 단계에 이른 셈이다. SRBM이 아닌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의 경우 지난해 3월에 6문 일제 발사가 실시됐다.

김정은이 “자동화력 지휘조종체계와 발사대차의 전투 전개 시간, 전술적 제원을 알아봤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자동화력 지휘조종체계’는 전술지휘통제 자동화체계(C4I)를 북한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등 5대 요소를 통합한 전술 지휘 체계인 C4I를 KN-23·24·25 ‘3종 세트’ 부대에 적용한다는 것은 명령 하달 절차를 단순화하고 신속 발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암시한다.

미사일 후미의 화염에 가려졌지만 과거 KN-25를 발사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4연장으로 이뤄진 TEL에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간 KN-25은 4연장으로 이뤄진 TEL에서, KN-23·24의 경우 2연장 TEL에서 발사해왔다.

북한은 이날 “목표 상공 설정 고도에서 공중 폭발 모의 시험”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핵폭발 최대 살상 고도’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작년에도 150~800m 등 다양한 지점의 상공에서 탄도·순항미사일 공중 폭발을 시험해왔다. 단, 이번에는 공중 폭파 관련 데이터나 시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온다.

이날 KN-25의 중대급 사격 훈련은 대남 위협 목적이 크지만, ‘어둠의 글로벌 무기상’으로 활약 중인 김정은이 러시아를 비롯한 잠재적 고객을 향해 벌인 쇼케이스 성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KN-25를 두고 “세계 유일의 초강력 병기” 혹은 “세계 최강의 우리식 무기 체계”라며 과장한 대목에서 이런 의도가 읽힌다.


美대북 관리 “北과 제재도 논의 가능”


북한이 연이은 도발로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화의 손짓’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는 18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 출연해 “오판이나 우발적 확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재나 신뢰 구축,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 문제도 논의 가능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앞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선임보좌관도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간 단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의 자체 결정에 반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안보리의 권위와 타당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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