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에 배신’ 선거기술자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컴백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로비스트 출신 전략가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을 올해 대선 캠프 고문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트럼프 캠프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너포트를 선거 캠프 고문으로 영입할 것이며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된 역할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너포트가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7월 전당대회에 복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다만 그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은 트럼프를 대통령직에 앉힌 ‘킹메이커’로 불리는 로저 스톤, 찰스 블랙과 함께 정치 컨설팅 회사 ‘블랙, 매너포트 & 스톤’을 만든 로비스트 출신 인사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고의 전략가’이자 ‘정치 흑막 전문가’로 꼽히는 로저 스톤 못지않게 ‘워싱턴의 협잡꾼’ ‘공화당의 해결사’로 알려져 있다. ‘배신’, ‘음모’ 등의 어두운 단어가 매너포트의 뒤를 따라다니곤 했다.
트럼프와 매너포트의 인연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업가이던 트럼프와 로비스트로 있던 매너포트가 사업상 거래를 맺으며 관계가 가까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3월 매너포트를 대선 캠프에 영입했고 두 달 뒤에는 선거 사무를 총괄하는 선대본부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매너포트가 친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옛 여권 인사들로부터 자문과 로비를 해주고 1270만 달러(약 170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선대본부장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에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으로부터 돈세탁 및 금융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당시 공화·민주 양당의 초당파적 상원 상임위 조사 보고서에서 “매너포트가 트럼프와 더 가까워지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트럼프 캠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밀정보를 획득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중형을 선고 받을 위기에 몰린 매너포트 전 본부장이 택한 방법은 ‘사법 거래’였다. 검찰이 원하는 증언과 진술을 해 주는 대신 양형을 줄이는 거래를 택한 것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배신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은 매너포트가 약속과 달리 거짓 정보를 흘렸고 진실한 협조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런 매너포트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매너포트는 복역했기 때문에 충성심을 느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로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던 그해 12월 말 매너포트 전 본부장을 전격적으로 사면해 자유의 몸이 되게 했다. 당시 그의 사면을 두고 민주당에서 “부패한 음모의 완성”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사면은 매우 분별력 있게 행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와 매너포트는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매너포트의 변론을 맡았던 토드 블란치 변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4건 가운데 3건을 변론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에게 토드 블란치 변호사를 추천한 이들 중 하나가 매너포트라고 NYT는 보도했다. WP는 “매너포트가 트럼프 캠프에 다시 공식 합류할 경우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러시아 선거 개입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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