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림사고 이후 300번 병원 치료... 다리털을 뜯기 시작했다

김종성 2024. 3.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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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2 <개는 훌륭하다>

[김종성 기자]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개의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일어난 물림 사고를 오프리쉬(Off Leash) 사고라고 한다. 1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개물림 사고를 당한 피해견이었다. 몰티푸 쿠키(수컷, 4살)는 목줄이 풀린 상태의 프렌치 불도그 2마리가 덮치는 바람에 다리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두 번의 대수술을 하고, 2년간 약 300회 정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개물림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쿠키는 자신의 발을 핥더니 털을 물어뜯기도 했다. 보호자가 말리려 하면 입질로 대응했다. 심할 때는 밤새 털을 뜯고 삼켜서 구토까지 했다. 보호자들은 안쓰럽게 생각할 뿐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물리는 게 두렵기 때문이리라. 강형욱 훈련사는 피부를 살펴보고 이상이 없다면 심리적 문제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물림 사고의 트라우마는 쿠키뿐 아니라 보호자들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프리쉬 사고의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서 손해만 배상해 주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호자는 가해견의 보호자가 피해견인 쿠키를 '물건' 취급하는 걸 보고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더군다나 쿠키는 완치가 아니라 치료 종료 상태였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었다. 

개물림 사고 후... 2번의 대수술, 300번의 병원 치료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미비한 동물보호법을 가해자가 되는 순간 다행이라고 합니다." (강형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반려견에 대해 상황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한다. 보상은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많은 반려인들이 현행 동물보호법이 엉성하고 치밀하지 못하다고 아쉬워 하지만, 정작 자신이 '가해'의 입장에 처하면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강형욱은 허술한 동물보호법 뒤에 숨는 일부 가해견 보호자들을 예로 들며 씁쓸함을 전했다. 

쿠키는 개물림 사고 이후부터 원인 모를 발작 증상을 보였다. 소파에 앉아 가만히 털을 핥고 있다가도 갑자기 놀란 듯 이상 행동을 취했다. 자극할 만한 소리나 움직임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강형욱도 깜짝 놀랐는데, 분명 일반적이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런 후유증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쿠키도 하나의 생명체이지 않은가. 완벽한 복구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한편, 또 다른 문제도 발견됐다. 지인의 방문에 급격히 흥분하더니 통제하고 싶어 안달했다. 또, 지인이 누나 보호자를 만지려 하자 냅다 달려들기도 했다. 박세리가 '보호'하는 것이라 표현하자, 강형욱은 '소유욕'이라 정정했다. 보호는 특정 대상이 정해져 있지만, 소유욕은 '모든 것'으로부터리는 차이점이 있다. 게다가 쿠키는 보호자들에도 무차별 입질을 가했다. 

"저런 행동은 사고가 있든 없든 생겼을 겁니다. 기본값." (강형욱) 

강형욱은 소유 공격성은 사고와는 무관하게 타고난 성격인데, 훈육하지 않으니 강화됐을 거라 설명했다. 처음 반려견을 키우게 된 초보 보호자라서 훈육에 대해 잘 몰랐던 점도 있지만, 개물림 사고를 당한 터라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단호하게 대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쿠키에게 넥칼라를 씌우려 애쓰다 입질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혼내지도 못하는 보호자들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미래 행복 위해..." 강형욱의 조언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아픈 과거는 잊고 미래의 행복을 내다볼 때"라는 조언을 먼저 건넸다. 이를 위해서는 쿠키의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강형욱은 치료 때문에 쿠키는 2년 동안 극진한 보살핌만 받아 왔다며, 치료 종료 후 적절한 훈육이 필요했으나 보호자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응석받이가 된 거라 진단했다. 그 과정에서 통제와 소유욕은 더욱 강화되었다. 

쿠키는 강형욱에게 달려드며 위협을 가했다. 그 이유는 보호자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쿠키를 무릎 위에서 내려보내라고 지시했다. 보호자들의 낯선 행동에 당황한 쿠키는 더욱 공격적으로 반응했으나, 잠시 후에는 상실감에 방황하더니 집 안에 마킹을 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에 대한 불만과 반항을 표현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쿠키가 더 이상 강형욱을 향해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호자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외부인인 강형욱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다음 훈련인 '블로킹' 연습으로 넘어갈 발판이 마련됐다. 아빠 보호자의 단호한 블로킹에 쿠키는 기가 잔뜩 죽었다. 꼬리가 축 쳐져 있더니 항복하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거짓말처럼 얌전해져 보호자만 응시했다. 

다음 단계는 '목줄 통제'였다. 목줄이 익숙하지 않은 쿠키가 거부 반응을 보이자 강형욱은 적응할 때까지 정지 상태로 압박했고, 짖고 달려들려고 할 때마다 목줄로 통제했다. 또,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일 때 보호자가 먼저 사과하면 변려견에게 좋은 교육이 된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물론 단번에 좋아질 수는 없는 법, 쿠키는 순간적으로 내재된 성질을 부리며 반항했다. 

강형욱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쿠키를 바닥에 눕혀 진정시켰다. 흥분한 쿠키는 배변 실수를 했는데, 강형욱은 놀라지도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고집을 꺾지 않는 이상 행복을 누릴 수 없고, 계속 한 울타리에 살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이후 강형욱은 넥칼라 착용법도 전수했다. 아빠 보호자는 쿠키의 입질에 매번 흠칫 놀랐다. 오랜 시간 겪은 심리적 지배 탓이었다.

강형욱은 훈련을 멈추는 순간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니 꾸준히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짧은 훈련이었지만 지금의 쿠키는 처음 봤을 때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몰라보게 침착한 모습에 모두 놀랄 정도였다. 개물림 사고의 피해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던 쿠키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제한 애정이 아니라 적절한 훈육이 필요함을 보호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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