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보고 있나?' 야구팬들 호평 얻은 쿠팡 MLB 서울시리즈 중계
[김상화 기자]
▲ 김하성, 연이은 투런 홈런 쇼!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LG 트윈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연습 경기.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LG 정우영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최근 세계 OTT 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른 화두는 스포츠 중계권 확보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10년 총액 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중계권을 확보하며 업계를 뒤흔들었다. 앞서 애플TV+는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사커(MLS)에 10년 총액 25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는 쿠팡플레이(아래 '쿠팡')가 프로축구 K리그 중계를 필두로 해외 유명 프로 축구팀 초청 경기 및 아시안컵 생중계 등으로 크게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부실한 운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티빙의 한국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 역시 OTT 업계의 변화를 반영한 움직임이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1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쿠팡의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관련 중계가 야구팬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티빙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 프로야구 중계를 능가하는 수려한 화면 구성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등이 이뤄지다보니 온갖 비난이 쏟아졌던 티빙 유료 중계에 대한 쓴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쿠팡플레이 MLB 서울시리즈 |
ⓒ 쿠팡플레이 |
이번에 쿠팡에서 이뤄지는 중계는 MLB 서울시리즈 2경기와 관련 연습경기에 한정된다. 기존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지닌 스포티비(케이블TV), 스포티비나우(OTT)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서울시리즈 콘텐츠를 과감하게 확보한 쿠팡은 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첫 번째 연습경기부터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무려 120대 규모의 카메라를 총동원해 담아낸 생방송 영상은 기존 국내 프로야구 중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고품질의 화면이었기에 가뜩이나 불안한 송출 및 어설픈 하이라이트 영상 운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티빙과 대조를 이뤘다. 보통 초고속 촬영 등 일반 영상 제작 이외의 고급 기술이 적용된 화면을 담아내려면 그만큼 많은 카메라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번 MLB 서울시리즈를 위해 쿠팡 측은 모 스포츠 전문 채널과 손잡고 역대급 장비 동원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명재 프리랜서 캐스터와 송재우 해설위원의 안정된 중계 진행과 더불어 360도 회전 각도로 잡아낸 타자와 홈플레이트 주변의 다양한 앵글 처리, 깨끗한 화질과 음질이 결합되면서 정식 시합도 아닌 연습경기 중계만으로도 수많은 야구팬들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특히 김하성, 오지환 등이 홈런포 대결을 펼친 1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대 LG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선 이와 같은 장점을 200% 이상 발휘했다.
▲ 티빙 프로야구 생중계 |
ⓒ 티빙 |
물론 티빙은 기존 케이블 TV 채널의 중계 영상을 재송출하는 OTT 플랫폼에 불과하기 때문에 엄청난 거액의 입장료 및 제작비가 투입되는 쿠팡 측의 MLB 서울시리즈와 동일한 선상에서 논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매주 1경기를 선정해 <티빙 슈퍼매치>라는 이름의 자체 중계 프로그램 편성을 계획 중이라는 점에서 쿠팡의 이번 선전은 반대로 티빙 측의 분발을 요구하고 있다.
티빙의 야구 중계는 하이라이트 영상 부실 운영에 대한 질타 못잖게 직접 진행한 몇몇 경기 생중계의 품질 부분 측면에서도 걱정과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미국 ESPN의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을 벤치마킹한 <티빙 슈퍼매치>는 경기 전 그라운드 내 오픈 스튜디오 설치, 경기 후 라커룸 방문 인터뷰 등 한국 야구계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 구성으로 인해 현장 출입기자 및 구단 측 관계자들의 냉소적인 반응만 재확인하고 말았다.
결국 비판 여론 속에 라커룸 촬영 같은 민감한 내용은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지만 가뜩이나 시작과 동시에 야구팬들의 민심을 잃은 티빙이 과연 양질의 자체 생중계를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차라리 티빙은 쿠팡에 중계권 팔고 이참에 손 털어라"라는 야구팬들의 농담반 진담반 의견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겠는가?
▲ 그라운드로 나온 오타니 쇼헤이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팀 코리아와 LA 다저스의 스페셜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다. |
ⓒ 연합뉴스 |
쿠팡은 하이라이트 영상 운영에서도 티빙과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K리그 중계 등으로 쌓인 노하우가 이번 서울시리즈 중계에서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오래 지나지 않아 각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업로드 되었다.
이 영상에선 티빙이 보여준 허접한 자막, 불필요한 문구 등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경기 주요 장면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개한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 담아내지 않고 핵심만 딱 짚어 내용을 만들다보니 생중계를 미처 관람하지 못한 일반 야구팬들도 수월하게 경기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스포츠팬들이 TV 중계에서 바라는 사항은 아주 간단하다. "기본에 충실한 중계"가 그것이다. 선수 이름과 타순 자막이 엉망이고 엉뚱한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는 식의 황당한 운영은 기본을 소홀히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 쿠팡의 MLB 서울시리즈 단독 생중계는 스포츠 콘텐츠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를 티빙에게 일깨워주는 일종의 모범 답안이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3년 만에 문 닫은 학전, 참 고마웠습니다
- '효심이네 각자도생' 종영... KBS 주말극 부진 탈출, 쉽지 않네
- '후지코시 강제 동원'에 분개한 일본인들, 30년 피해자 도왔죠"
- "정부-의료계 갈등, 일본의 의료 시스템이 놀라웠어요"
- "30년 영화계 생활, 정당 가입 처음... 조국에 직언하겠다"
- 몸 사리지 않은 코믹 연기, 홍콩 국민가수의 변신
- 대저택에서 일어난 현대판 노예 제도의 추악한 진실
- 의료사고로 모든 것 잃은 의사, 김광석 노래가 떠올랐다
- 엄마에게 분노 터뜨린 아들, 오은영의 섬뜩한 경고
- 학교폭력 가해자 만들겠단 협박, 통하지 않았던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