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전공의에게 하루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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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의사가 불신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공공의대 반대 파업을 철회한 2020년 9월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사진기자 앞에서 서명한 의정 합의서 1항은 '복지부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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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 의사가 불신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공공의대 반대 파업을 철회한 2020년 9월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사진기자 앞에서 서명한 의정 합의서 1항은 ‘복지부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이다. 이날 합의로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 28차례 회의에서 전혀 안 나왔던 ‘2000명’ 발표는 의료계로선 일방 통보로 여길 만하다.
사직서로 위력 행사하는 집단 이기주의도 그들로선 이기주의가 아니다. 의학전문대학원, 포괄수가제, 한방첩약 급여화, 문재인 케어 도입 시 머리띠를 안 매니 정부가 문제점 지적을 들은 척 안 하더라고 의료계는 항변한다.
부산 명문고를 나온 서울 강남의 피부과 원장은 "수십 년 만에 사업가, 교수, 변호사 동창을 만났는데 주고받는 말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다"며 "평생 다른 의사들과 피부 이야기만 하며 살다 보니 내 사회 지능은 유치원생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통의 의사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자신의 진료에 확신이 강하고 바깥 사회관계에는 어둡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어떤 문제든(2000명) 확실한 처방으로(사직서) 신속히 해결한다(철회)’라는 사고 회로가 작동하고 그대로 직진한다. 의대 시절부터 이렇게 훈련받는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때 부작용은 감수하고 후유증은 최대한 막는다. 현재 의료 공백을 의료계는 2000명 철회 과정에서 국민이 참아야 할 부작용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이 우리 공동체에 입힐 후유증은 막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편이 부작용이라면, 의료서비스산업 붕괴는 치명적 후유증이다. 우리 의료서비스산업 규모는 1268억달러(약 170조원)로 세계 11위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2021년). 여기에 제약바이오산업까지 더해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정점으로 나머지 모두가 의사 뒤에 붙어 있다.
병·의원을 포함한 의료서비스사업장 7만2000곳에서 84만3000명이 일한다. 이 중 의사가 11만2000명이다. 조금 비약하면, 의사 1명을 위해 6.5명이 일하면서 170조원 산업이 돌아간다. 의사가 가운을 벗으면 의료산업은 사라진다. ‘빅5’ 병원은 긴급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대학병원 5곳에 외과수술기구를 납품하던 업체가 배송 직원을 내보내고 휴업했다. 정년퇴직 후 이 회사에 재취업했던 가장의 수입이 끊겼다. 전공의 사직이 꼬리를 물고 눈덩이를 굴린다.
의대 2000명 증원이 맞는지 아닌지는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기 전에 확언 불가능하다. 지금 확언 가능한 건 전공의 사직이 우리 사회 공동체에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이를 ‘대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일'로 여기지 않나 싶다. 무급휴직 처지가 된 간호사들에게 유감 표명 한마디 없는 것이 방증한다.
어떤 대의 실현도 사회적 피해를 동반하면 공감받을 수 없다. 의사는 진료로 공동체를 도우면서 목소리를 내야 지지받는다. 그러려면 돌아와야 한다. 20일이 전공의들이 사직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제출 30일째다. 사직서 물릴 날이 하루 남아 있다.
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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