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경매 900만원 폭락…중고차 시장서도 '물린차' 됐다

오삼권 2024. 3.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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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에 판매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전기차는 수 백여대에 한 대 꼴로 발견된다. 오삼권 기자.

“중고차 시장에서 영 안 팔리는 차를 '물린 차'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오는 전기 중고차는 대부분 다 물린 것들이에요.”

지난 12일 수원시 권선구 중앙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경력 6년의 중고차 딜러는 이렇게 말했다. 300여개의 중고차 매매 상사가 자리한 수원 중고차 단지는 전국 최대 규모다. 이날 중고차 전시장 곳곳을 둘러봤지만 파란색 번호판의 전기차는 가물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기차 판매 부진이 중고차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고금리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중고 전기차 시장마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453대였던 중고 전기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6월 1947대를 거쳐 지난해 12월 2680대까지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판매된 중고 전기차(2543대)는 전월 대비 5% 감소했고, 2월 판매량(2280대)은 10% 더 줄어, 감소폭이 커졌다.

차준홍 기자


자동차 업계는 현재 중고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받은 경우 의무 운행기간이 2년이라, 중고차 시장은 전기차 급증 이후 2년의 시차를 두고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2021년 이후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지난해부터 중고 전기차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붐이 꺾이자 중고 전기차 시장에도 바로 찬바람이 불었다.

도이치 오토월드 수원점에서 만난 17년 경력의 중고차 딜러 김모(48)씨는 “중고차 시장은 아직도 내연기관 차량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팔리는 건 테슬라다. 국산 전기차는 찬밥이다. 4년 경력 중고차 딜러 김모(31)씨는 “테슬라는 찾는 사람들이 좀 있지만 국산 중고 전기차는 찾는 사람이 드물다”며 “테슬라는 중고 가격이 3500만원부터 시작해 국산차보단 감가 정도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중고 전기차 진입 효과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 야외 주차장에 판매 차량이 전시돼 있다. 오삼권 기자.


아이오닉5 두 달 새 900만원 하락


경매 시장에서도 전기차 수요 둔화는 확연하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한때는 중고 가격에 웃돈을 얹어야 낙찰 받을 수 있던 전기차 값은 최근 눈에 띄게 하락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매 시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내림세다. 오토허브 옥션에 따르면 아이오닉5의 평균 낙찰가는 지난해 10월 3294만원에서 12월 2364만원으로, 두 달새 9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올해 2월에도 2365만원선에 그쳤다. 경매에 나오는 전기차 수량도 적다. 한 경매 대행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800~1000대를 경매하는 1회차에 전기차는 1~2대뿐일 때도 있다”며 “최근 국산 전기차 시세가 크게 내려갔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중고 전기차 수요는 신차 시장을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단 의미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올해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은 돼야 미국 금리 인하와 저가 전기차 출시 등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높은 가격, 줄어드는 보조금,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등 부정적 요소가 많아 아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안 나온다”며 “향후 3~4년간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중고 전기차는 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존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구매를 더욱 꺼린다”며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여름쯤 배터리 잔존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마련되면 중고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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