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다" 장학대출로 코인 투자…잘 사는 대학생이 더 빌렸다
중앙대에 다니는 이모(23)씨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 1학년 때부터 재테크를 시작했다. 300만원을 빌려 일부를 적금에, 나머지를 주식에 넣었다. 투자금이 늘면서 당시 인기를 끌던 암호화폐도 샀지만, 가치가 반으로 떨어지면서 손을 뗐다. 4학년인 현재는 주식에 1500만 원을 굴리고 있고, 올해만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이씨는 “생활비 대출이 없었다면 투자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졸업 학기까지 대출을 더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을 받아 투자 종잣돈으로 삼는 대학생은 이씨 뿐만이 아니다. 금리가 연 1%대로 낮기 때문에 대학가에선 ‘한국장학재단 대출은 가능하면 받으라’는 꿀팁(유용한 조언)이 공유될 정도다.
생활비 대출을 사업 자금에 보탠 대학생도 있다. 19학번 장모(22)씨는 1학년 때 4000만 원을 모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창업을 했다. 이 중 장학재단 생활비 대출로 1200만 원을 빌려 창업 자금에 보탰다. 장씨는 “국가 정책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대학생이라면 (금리가 낮은) 대출금을 미래의 나를 키우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생활이 궁하지 않지만, 대출받아 코인 해볼까”
하지만, 생활비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출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한이 없다 보니 제도의 취지와 달리 여행이나 사치품 구매, 투자 등에 쓴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주식과 비트코인 등의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학생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생활이 궁하지 않지만, 생활비 대출을 받아서 코인이나 주식에 넣으면 어떨까”,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대출받아서 코인을 샀다. 40%대 수익을 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고소득 학생 생활비 대출 늘고, 기초 수급 학생은 줄어
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학부생들이 빌린 돈은 같은 기간 401억 원에서 362억 원(-9.72%)으로 줄었다. 소득 1~6구간의 대출 규모 역시 3793억 원에서 3318억 원으로(-12.52%) 줄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소득 분위가 낮으면 국가장학금 등으로 대학 등록금을 해결하면서 추가 대출을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구간에서 되레 대출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생활비 대출금을 어디에 쓰는지까지 추적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대출을 실행하기 전 금융교육을 받도록 해 꼭 필요한 대출만 받게끔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고금리, 취업난인 상황에서 다양한 청년 지원 정책이 나오다 보니 20대도 자산 증식에 관심이 커졌다”면서 “청년들이 돈을 빌리는 이유와 용처를 분석해 정책 상품을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하고, 청년들은 자금 여력을 넘어서는 대출이나 투자가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송다정 인턴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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