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 칼럼] 밸류업, ‘주식 장기 보유’ 혜택이 필수다
교정이 큰 정책 목표 돼야
장기 투자에 경제적 유인 필요
증시 안정성↑,기업 지배구조
개선 , 생산 부문 자금 공급 등
국민경제 전반 선순환 기대
배당소득세 인하 필요하지만
금투세,증권거래세 등과 조합
백지 상태에서 들여다봐야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알맹이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보도자료에는 ‘기업의 자율’, ‘자발적 참여 유도’라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왔다.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6월까지 세제 등 후속 조치를 떠안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책당국의 초조감이 클 수밖에 없다.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배당소득세 완화’가 세제 개편안의 주요 대목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금융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이면 분리과세 되지만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 연금소득 등)과 합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이 최대 49.5%에 이른다. 이렇게 높은 배당소득세율로 인해 대주주는 배당을 받더라도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해 기업이 고배당을 주저하게 된다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배당소득세가 완화되면 일반주주도 혜택을 보지만, 주식을 대량 소유한 대주주가 큰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배당소득세를 낮춘다 해도 대주주가 기업 합병이나 분할을 통하면 세금 한 푼 안 내고 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 배당소득세가 약간 줄어들었다고 배당에 나선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반론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배당소득세 깎아주면 기업은 배당을 늘려 ‘보답’할 것이라는 논리는 정책 명분으로 부족하다. 배당소득세 완화도 국민 경제에 선순환을 주는 더 큰 정책 목표에 맞춰 그 하위 수단이나 ‘조건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시점에서 ‘부동산자산의 점진적 금융자산으로의 이동’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연결된 큰 정책 목표로 삼을 만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재 가계 자산의 64.4%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35.6%에 불과하다. 부동산으로의 ‘자산 쏠림’은 기업에는 토지와 건물 확보 등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늘린다. 가계도 주택담보대출 상환, 전·월세 증가 등 주거비용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며 내수 경기 부진으로 연결된다. 과도하게 쏠린 부동산자금의 10%만 증시로 이동해도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이 활발히 공급되고 자본시장이 업그레이드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는 일리가 있다.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려면 ‘증시는 단타가 극성을 부리는 투기판’이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계의 자산 증식에 도움 되는 안정성 있는 투자처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자본시장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 부동산처럼 주식도 장기 보유하면 세제 등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부동산에 장기보유 특별 공제 등의 장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경영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주식 장기 보유에 대한 세금 혜택은 국제표준에 가깝다. 미국은 주식 등을 양도해 얻은 자본소득에 대해서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한다. 배당소득세를 완화하되 1년, 혹은 3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율을 더 낮추는 등의 정책 조합을 검토할 만하다. 주식 매매 시 얻는 차익에 대해 매기는 양도소득세 등 다른 세제에도 이런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시급히 합의를 봐야 할 게 금융투자소득세 문제다. 주식 뿐 아니라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규정한 금융투자소득세를 윤석열 대통령은 유예가 아니라 전면 폐기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금투세는 기존 금융상품으로는 범주를 정확히 나눌 수 없는 혼합형 상품이 느는 현실에 부합하고 금융상품의 손실과 이익을 따져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등 과세 형평성이나 효율성에서 진일보한 세제다. 제대로 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다만, 금투세를 도입한다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부동산자산 쏠림을 바로 잡는다는 큰 목표 아래 배당소득세, 금투세, 증권거래세 등 주식 투자 관련 세제를 백지 상태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식 장기 보유’ 장려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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