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출산율 제고만큼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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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였던 것으로 나타나자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이를 통해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다양한 추계치가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이 0.65였음을 고려하면 그나마 올해 출산율을 0.67로 놓고 2027년 0.61로 저점을 찍은 후 2050년까지 0.82로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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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였던 것으로 나타나자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원인이든, 해결책이든 엄청나게 많은 연구가 축적돼 있으니 새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란한 논쟁이나 보고서를 보지 않더라도 저출산 문제는 주택, 교육, 일자리, 육아와 경력단절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얽혀 있으며 미래를 위해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출산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이를 통해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에 대한 대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거나 출산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더라도 효과가 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20년 정도의 인구 추이는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추계치가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이 0.65였음을 고려하면 그나마 올해 출산율을 0.67로 놓고 2027년 0.61로 저점을 찍은 후 2050년까지 0.82로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직면할, 아마도 바꾸기는 어려울 25년 후 모습을 보자. 전체 인구는 2023년 5171만명에서 2050년 4333만명으로 줄어든다. 14세 이하는 570만명에서 273만명으로, 19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은 1056만명에서 462만명으로 급감한다. 대학생까지 포함한 학령인구는 730만명에서 321만명으로 줄고 대입생도 45만명에서 21만명으로 준다. 요컨대 34세 이하 인구가 현재의 절반 이상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65세 이상은 943만명에서 1784만명으로 갑절로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가 초래할 미래 사회를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얼마 전 오랜만에 고향을 들렀다가 보고 들은 것들이 잊히지 않는다. 100여년 역사를 지닌 초등학교는 필자가 다닐 때만 하더라도 매년 400명 넘게 입학해 2부제 수업까지 진행됐는데 올해 입학생은 6명이 전부였다. 많은 교실이 닫혀 있고 큰 운동장은 적막하다. 학교 밖을 나서니 남해를 끼고 늘 붐비던 시장과 활기차던 도심은 을씨년스럽고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가는 줄지어 비어 있었다. 유령 도심, 노인 도시의 모습으로 고향이 소멸해가고 있었다. 25년 후 청년이 절반 이상 사라진 한국 모습을 상상해본다. 농어촌은 황폐해지고 도시에는 흉물이 된 아파트와 상가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노인의 나라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자 실력 있는 청년들부터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난다. 갈수록 국가경쟁력은 낮아지고 내수는 침체하며 경제 활력은 사라져간다.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채 소멸해가는 지금 내 고향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곧 맞닥뜨릴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 넘친다. 출산율이 2050년의 인구구조를 바꿀 만큼 급격히 올라가지도 않을 것이고 이민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작다. 그렇다면 미래를 현명하게 맞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 규모 위축의 수용과 대응, 청년 일자리와 노인복지, 직장문화와 정년제도, 도시와 농어촌 기능 정비, 대학 구조조정, 해외 인재와 기업 유치 등 많은 과제의 해답을 찾아보고 공감대를 형성해 지금부터 추진해나가야 한다. 방향을 알면서도 미루기만 하다가는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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