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트럼프의 ‘통합’이 걱정되는 이유
“트럼프가 대선 후보 확정된 뒤 내놓을 첫 메시지는 ‘통합(Unity)’일 것이다.”
지난달 만난 워싱턴 인사가 귀띔해 준 이야기였다. 미 의회 관련 업무를 해 온 그는 바로 직전 플로리다에서 열린 공화당 ‘큰 손’ 기부자들의 비공개 모임인 ‘미국기회연대’ 행사에서 나온 발언들을 파악해 전해줬다. ‘통합’이란 메시지 전략을 설명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 선임고문인 수지 와일스였다. 연장선상에서 부통령 후보로 트럼프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 인사는 넣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한 본지 보도 후, 지난 5일 ‘수퍼 화요일’에서 압승을 거둔 트럼프는 실제 연설에서 “우리는 통합을 원한다”고 말했다. 마뜩잖더라도 다른 공화당 지지층과 기부자를 흡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연설 중 트럼프는 뜬금없이 ‘차이나 바이러스’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중국의 무능 탓에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물질 피해와 사망자를 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아니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라고도 했다.
물론 중국이 은폐하고 있는 부분은 언제라도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통합을 말하다 꺼내 든 ‘차이나 바이러스’ 이야기는 트럼프의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그러면서 4년 전 불쾌했던 기억도 다시 소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차이나 바이러스’ ‘쿵후 바이러스’를 입에 달고 다니며,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막대한 피해가 자기 탓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자극된 일부 미국인들의 분노는 중국과 한국을 구분하지 못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선 한국인을 향한 폭력이 잇따랐다. 그나마 양호했다던 워싱턴에서도 길을 걷다 이유 없이 욕을 듣기 일쑤였고, 식당이나 상점에서 위축되기도 했다. 지하철역 플랫폼에선 혹시 누가 밀칠까 봐 기둥 뒤로 붙어서게 됐다.
실제 UC샌프란시스코가 2020년 3월 트럼프의 ‘차이나 바이러스’ 발언 이후 130만 건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반아시아’ 정서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내부 통합을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은 흔한 수법이지만, 대개 희생양이 뒤따랐다.
국내서도 여러 각자의 이유로 트럼프의 귀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트럼프가 말한 통합이 그 특유의 ‘편 가르기’에 의한 것이라면, 4년 전의 불쾌함도 함께 귀환할 가능성이 크다.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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