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영화관에 가지 않는 이유

2024. 3. 1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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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7관왕에 오른 ‘오펜하이머’에 영화계가 열광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지난해에 ‘바비’와 함께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에 팬데믹으로 영화관들이 파산 위기에 몰린 후, 수퍼히어로물이 아니면 객석을 채울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가 두 작품이 동반 흥행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성인 관객의 3분의 2가 새로 나온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느니 스트리밍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극장업계에서는 이런 관객의 태도 변화가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한다. 사람들은 왜 극장에 가기를 꺼릴까? 응답자들이 꼽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게 신경 쓰여서(19%), 극장까지 가는 게 귀찮아서(15%), 원하는 영화가 없어서(13%) 등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이유들은 집에 앉아 영화를 쉽게 보게 해주는 스트리밍이라는 대안이 생겼기 때문에 불편함으로 느껴질 뿐, 전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을 것들이다.

그렇다면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영화관에서밖에 볼 수 없어서(30%)와 3D나 아이맥스 영화라서(30%)였다. 1990년대만 해도 새로운 영화가 영화관 개봉 후에 비디오테이프, DVD로 풀리기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리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극장에 있을 때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영화에 따라서는 영화관 상영 후 한두 달이면 스트리밍에 올라오고, 심지어 동시 개봉을 하는 영화도 있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제작사들은 스트리밍 행을 서두르고, 그 결과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퍼지게 되었다. 즉, 스트리밍은 제작사와 관객, 양쪽을 모두 공략하며 영화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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