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불어오는 금리 인하 바람… ‘리츠’ 바람도 솔솔
태평양을 넘어 금리 인하 기대 바람이 불어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리츠(REIT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 빌딩이나 물류센터,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 재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기준금리가 내리막을 걸으면 리츠가 사들였던 각종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와 몸값이 모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히어로즈리츠이지스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한 달 전인 2월 14일 대비 6%에 근접한 이익을 냈다. ‘에이스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 H) ETF’와 ‘아리랑K리츠Fn ETF’는 5.5%에 육박하는 이익을, ‘타이거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5.2%를 넘는 이익을 거뒀다. ‘코덱스다우존스미국리츠(H) ETF’의 수익률도 5%에 약간 못 미치는 4.99%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에 상장한 주요 리츠를 묶은 ‘KRX리츠톱10’ 지수도 최근 한 달 새 770선에서 810선까지 뛰었다.
가장 큰 원인은 금리다. 리츠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투자자 자금뿐 아니라 금융권 대출도 함께 이용하므로 기준금리 인하 시 몸값 상승과 함께 이자 등 금융비융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에 미치는 파급력이 가장 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곧 리츠 가치가 뛸 일만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K리츠가 지난달 회사채 7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6000억원에 이르는 주문이 몰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 리츠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신한알파리츠가 최근 리츠 분야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FTSE EPRA Nareit 글로벌 리얼 에스테이트’에 편입된 것도 ETF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FTSE 지수 편입으로 신한알파리츠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관련 ETF 몸값을 밀어 올렸다. 앞서 FTSE 지수에 먼저 진입했던 ESR켄달스퀘어리츠와 롯데리츠, JR글로벌리츠, SK리츠도 전후 1개월 동안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한국 리츠는 배당 매력도 주목받는다. ‘리츠 배당 확대법’이라고 불리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덕분이다. 이 법은 리츠 기초 자산에서 발생한 평가 손실을 배당 한도에서 차감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리츠는 부동산 하강기 기초 자산 가격이 하락한 경우 실제 배당 가능한 현금이 있더라도 평가 손실만큼 줄여야 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장승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던 JR글로벌리츠, KB스타리츠, 이지스밸류리츠와 한국 물류센터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SR켄달스퀘어리츠가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미(개인 투자자)의 ETF 매수세는 이미 시작됐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KB스타글로벌리얼티인컴 ETF’ 타이거리츠부동산인프라 ETF ‘코덱스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중 KB스타글로벌리얼티인컴 ETF는 지난달 20일 첫선을 보였는데 출시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개인 누적 순매수 100만주 기록을 돌파했다. 코덱스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도 상장 8영업일 만에 개인 순매수액이 100억원 선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한국 리츠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리츠가 사들인 국내 오피스 빌딩은 실질 공실률이 3% 미만이고 물류센터도 대형 유통사 등과 장기간 임대 계약을 맺고 있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한국 리츠는 고금리 시기 받았던 대출을 갚고 저금리로 다시 빌리는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을 추진하며 금융 비용도 줄이고 있다. SK리츠는 지난 2월 리파이낸싱으로 2년 전 연 5%대로 조달했던 자금의 금리를 4%대로 1% 포인트가량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올해 JR글로벌리츠와 KB스타리츠 등도 대규모 리파이낸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리츠가 인기를 끌면서 투자 자산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일본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공모 리츠도 한국 증시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대신자산신탁은 일본 도쿄 임대주택 10곳에 총 1700억원을 투자하는 비상장 공모 리츠 ‘대신재팬레지덴셜리츠제1호’의 영업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제로(0) 기준금리 덕분에 연 1~2%의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공실률도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해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투자처로 꼽힌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가 고령화할수록 가치가 커지는 상품”이라면서 “최근 리츠의 자금 조달 여건이 완화하는 한편 임대 수익도 차츰 증가하고 있어 리츠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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