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행동주의도 펀드 투자 방식의 하나

박형수 2024. 3. 18. 13: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은 행동주의 펀드라고 해도 펀드 수익률에 따라 언제라도 투자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함을 보인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 정기 주주총회는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G 주총 앞두고 목소리 커진 FCP
4년 내 기업가치 4배 성장…리스크 점검 필요
안정적인 배당 원하는 투자자가 원하는 것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가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기존 이사회와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강화한다.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은 행동주의 펀드라고 해도 펀드 수익률에 따라 언제라도 투자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함을 보인다. 영웅도 악당도 아닌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 정기 주주총회는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G가 내부 인사로 사장을 선임하면서 '내부 세습'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대통령실에 서한을 보낼 정도로 KT&G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진심이다. FCP는 "KT&G는 겉으로만 4연임을 포기한 채 카르텔이 명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주주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로 낙점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에 대해 "해외 실적이 형편없는데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KT&G의 거버넌스 문제가 해결될 경우 현재 11조9000억원 수준인 시가총액이 4년 내 4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G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인 IBK기업은행도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며 KT&G 이사회가 제안한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사장 선임안건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주주총회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개인 주주 등이 어디에 손을 들어줄지 알 수 없다. 이차전지나 반도체 주식이 아닌 KT&G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라면 안정적인 배당을 중요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KT&G는 지난달 7일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자기주식 350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상상인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각각 기업 분석 보고서를 냈다.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이것이 주주환원이다' '주주가치 제고의 모범' 등은 분석 보고서 제목만 보더라도 현 이사회가 추진 중인 주주환원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변하진 않는다. 지배구조를 바꾸고 역량 있는 경영진을 선임하고 경영진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켰을 때 기업가치는 커진다. KT&G 성장의 열쇠는 해외 사업 결과에 달렸다. KT&G는 지난해 1월 필립모리스(PMI)와 해외 판매 계약기간을 기존 3년에서 15년으로 연장했다. FCP는 "경쟁사인 PMI가 과연 얼마나 경쟁사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고 팔아주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T&G가 전 세계 1위 사업자인 PMI와 협력하지 않고 경쟁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변화를 촉구하는 주주들의 주장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주총을 앞두고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라는 식으로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은 모두의 손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서로 제시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주주총회를 기대한다.

박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rkh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