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얼죽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2024. 3. 18. 09: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제 3월, '얼죽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빨리빨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의 직장 문화를 원인이라 내세우는데,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얼죽아로서 절반 정도만 정답이라 본다.

뜨거운 커피의 온도가 적당하다면 상당수의 얼죽아가 전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얼죽아 문화가 대용량 커피의 경향과 맞물리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용재의 음식시론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제 3월, ‘얼죽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적어도 차가운 커피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다니는 손이 못견딜 정도로 시렵지는 않다. 그렇다, 사실은 나도 당당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일원이다. 겨울엔 따뜻한 커피를 마셔왔건만, 재작년부터 갑자기 그렇게 변해버렸다.

얼죽아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이 아닌, 한국 사회에 엄연히 자리를 잡은 취향이자 문화이다. 매체에서 밝힌 스타벅스의 작년 11월 아이스 음료 판매 비중은 77%에 이른다. 한겨울인 1월에도 절반 이상인 57%이며 2월에는 더 높은 64%였다. 여름에는 말할 것도 없어서 87~89%에 이른다.

얼죽아는 최근 십 년 동안 천천히 자리를 잡아왔다. 2010년대 초반,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음료 판매 비중은 채 절반이 안 되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51%로 역전되고 2022년에는 75%까지 올라갔다. 편의점에서도 이런 경향에 맞춰 780ml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점보’를 출시해 추운 날씨에도 잘 팔고 있다.

이런 얼죽아 문화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먹방(Mukbang)’처럼 ‘얼죽아(Eoljukah)’라는 영어 표기가 등장했으며 AFP 통신이나 CNN 등에서 소개 및 분석 기사를 냈다. ‘빨리빨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의 직장 문화를 원인이라 내세우는데,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얼죽아로서 절반 정도만 정답이라 본다.

차가운 음료는 뜨거운 음료보다 빨리 마실 수 있으니 얼죽아 현상의 핵심이 온도인 건 맞다. 하지만 비단 커피만의 온도를 보고 전가의 보도처럼 ‘빨리빨리’를 붙이는 분석은 정확하지 않다. 좀 더 넓은 범위, 즉 한국의 식문 전체에서 온도의 경향을 보아야 얼죽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한식의 온도 개념은 다소 극단적이라 펄펄 끓도록 뜨거운 음식이 늘 강세였다. 뚝배기며 식탁에서 끓는 찌개와 같은 국물 음식이 대세에 직화구이 고기도 있다. 이런 음식을, 게다가 직장이라면 한정된 점심 시간에 먹는다면 식후에는 온도를 빨리 낮춰주는 차가운 커피가 더 잘 어울린다.

온도의 영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의 온도가 적당하다면 상당수의 얼죽아가 전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아메리카노는 국물 음식처럼 바로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에스프레소 원액을 섭씨 90도 이상의 물에 더해서 그런데, 10도는 더 낮아야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서양에서는 역시 ‘뜨겁다(hot)’하다고 분류하는 매운맛도 고려해야 한다. 커피는 떫어 매운맛과 충돌하는 탄닌을 함유하고 있는데 뜨거울 때 더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흔한 매운맛을 잔뜩 접한 입에는 커피가 차가울 때 탄닌이 두드러지지 않아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우유의 지방이 매운맛을 가셔주므로 차가운 카페라테가 가장 잘 어울린다.

‘빨리빨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얼죽아의 선택은 나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다만 얼죽아 문화가 대용량 커피의 경향과 맞물리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미국식품의약국은 건강한 성인 기준 일일 카페인 섭취량을 400mg(커피 3~5잔)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종 프랜차이즈는 ‘벤티(597ml)’ 이상을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에스프레소 두 잔 이상이 기본적으로 쓰이고 있으니 참고하자.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