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이 나쁘면 식물도 도박을 한다는데…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3. 17.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K코인 투자자 급증
상장폐지 직전인 코인에 자산 ‘몰빵’해 ‘한 방’ 노리는 행위 빈번

여기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95%의 확률로 1만원을 가지는 것. 100% 확률로 9499원을 가지는 것.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95%의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 100% 확률로 9499원을 내는 것. 이번에는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대다수가 처음 제안에는 100% 확률로 9499원을 받는 것을, 두 번째는 95%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을 고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 제안에서는 1만원을 받는 게 9499원을 받는 것보다 좋긴 하지만 재수 없게 5%의 확률에 걸리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액수가 좀 적더라도 안전하게 9499원을 받는 쪽을 택합니다. 두 번째 제안은 반대입니다. 확실하게 9499원을 내는 것보다 혹여라도 5%에 해당돼 한 푼도 내지 않을 상황을 기대하며 95%의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95%의 경우 돈을 받고 운 나쁘게 5%에 걸려도 돈을 받지 못할 뿐 손해는 없는 제안에서는 확률이 더 높은 쪽에 베팅하고, 5%에 들어야만 돈을 내지 않을 뿐 95%의 경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5%의 작은 기회에 베팅한다는 사실이죠.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심리를 분석하는 행동심리학에서 사람이 의사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를 설명할 때 주로 예로 드는 스토리인데요. 조건이 좋을 때는 안전한 선택을, 나쁠 때는 확률은 낮지만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놀랍게도 식물도 똑같은 행동 양태를 보입니다.

완두의 뿌리를 두 갈래로 갈라놓은 실험 모형을 두 개 만들고 A, B라 표기합니다. 두 모형 모두 왼쪽 뿌리에는 영양분을 일정하게 공급하고 오른쪽 뿌리에는 들쭉날쭉하게 공급합니다. 다만 A에는 영양분을 충분히 주고, B에는 생존이 불투명할 정도로 적게 줍니다. 영양분을 충분하게 준 A에서는 일정하게 공급한 왼쪽의 뿌리가 크게 자랐습니다. 들쭉날쭉 영양분이 들어온 오른쪽의 뿌리는 거의 자라지 못했죠.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않은 B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B의 완두는 영양분이 들쭉날쭉 공급되는 쪽으로 뿌리를 길게 뻗었습니다. 왼쪽으로 뿌리를 뻗어봐야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죠. 들쭉날쭉이라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배를 채울 만한 영양분이 들어올 때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과감하게(?) 리스크가 있는 쪽으로 모험을 하는 겁니다. 역시 조건이 좋을 때는 안전한 선택을, 나쁠 때는 모험을 하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나날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K코인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그런데 거래량이 많고 안전한 가상자산보다는 가격 등락폭이 심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가 상당수라죠. 상장폐지 직전인 코인에 자산을 몰아넣고 단기 급등의 ‘한 방’을 노리는 행위도 빈번하고요. 지금 한국 사회가 얼마나 ‘조건이 나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겠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