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의 원조는 ‘중국 황실’ 치료법?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요즘 미국에서 ‘탕후루’가 한국의 대표 디저트로 팔린다고 합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탕후루 먹방 유튜브 영상이 전파됐고, 이 과정에서 한국 디저트로 잘못 알려졌다고 하네요.
탕후루는 원래 중국 황실의 치료용 처방법이었다고 합니다. 송나라 광종 황제가 총애하던 후궁이 병을 앓았는데요. 병이 도통 낫지 않자 황실 어의가 기력을 챙겨야 약 복용 효과가 난다며 황설탕을 묻혀 구운 산사나무 열매를 2주 동안 매일 먹이자 기적같이 회복됐다죠. 이후 이 비법이 민간에 행운과 건강의 징표로 알려졌고, 춘절(중국의 설날)이면 아이들에게 주는 간식이 됐다고 합니다. 이후 산사나무 열매 말고도 각종 열매를 설탕에 굳히기 시작한 게 주변 국가로 퍼졌습니다. 탕후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행인데 실제로 많은 분이 일본 교토 등에서 다양한 과일로 만든 탕후루를 먹어봤다고들 합니다.
탕후루처럼 원조가 잘못 알려진 음식이 또 있습니다. 프랑스 빵으로 알려진 크루아상도 그중 하나입니다.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가 원조입니다. 1683년 페터 벤더라는 비엔나 제빵사가 오스만 튀르크 침공을 격퇴한 승전을 기념해 튀르크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 빵을 만들어 아작아작 씹어 먹으며 기뻐한 게 시초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헝가리가 먼저 만들었다고도 하고, 튀르키예 역시 초승달 빵을 만들어 먹던 전통이 있다는 등 원조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온 마리 앙투아네트 공주가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며 이 빵을 만들어달라고 한 뒤 프랑스에서 유행했다고 합니다. 다만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피처’라는 원이름 대신 초승달이라는 의미의 르 크루아상(Le Croissant)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다른 프랑스 요리와 함께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프랑스 빵으로 알려진 겁니다. 프랑스는 이런 사례가 많은데요. 벨기에 남부에서 시작한 길쭉한 감자튀김이 프랑스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프렌치프라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양꼬치도 ‘위구르족’ 전통 요리
아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이가 술안주로 사랑하는 양꼬치도 원래는 위구르족 전통 요리라고 합니다. 원조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최근에야 대중화됐다고 하네요.
1980년대 이후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온 위구르인들이 양꼬치를 팔기 시작했고,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겁니다. 원래 위구르인은 이슬람교 신도여서 식당에서 술을 팔지 않았지만 중국인 손님이 술을 가져와 마시는 건 허용했는데 맥주가 가장 잘 어울리자 자연스레 ‘양꼬치에는 맥주’가 공식이 됐다고 합니다. 이후 중국인들도 자기네 식당에서 양꼬치를 팔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 중국인과 중국 교포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양꼬치도 퍼져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양꼬치를 중국 요리로 인식하게 된 겁니다.
별개로 위구르인들은 나무 꼬치를 활용해 직접 구우며 양념을 친 뒤 판매했지만, 중국 연변에서는 쇠 꼬치에 꽂은 양꼬치를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방식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쇠 꼬치를 활용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네요.
많은 음식의 역사를 보다 보면 대부분 원조가 유명하지만, 앞선 사례들처럼 가끔은 후발 주자가 각광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김치와 떡볶이 등 우리 요리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변형되고 있는데요. 자칫 엉뚱하게 다른 나라 음식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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