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마지막 날, 푸틴에 맞서는 침묵 시위 "나 혼자 아니었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곳곳의 투표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30년 집권에 반대하는 침묵의 시위가 열렸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가 되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투표소 밖에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플래카드나 슬로건 없이 길게 줄을 서서 침묵으로 연대했다. 이 시위에 참여한 이반은 "이곳에 온 다른 사람들을 보고 (푸틴을 반대하는) 정치적 견해를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러시아가 다른 미래를 가진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 수만명의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투표소 앞에 줄을 섰고, 어떤 이들은 보안 당국자에게 항의했다"면서 "얼마나 많은 러시아인들이 푸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기 위해 이 시위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집계는 없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이 독려했다. 앞서 이달 초 나발니 측은 푸틴 대통령의 통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 전국 투표소에 모이자고 제안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 시위는 매우 간단하고 안전한 행동으로, 금지될 수 없다"면서 "수백만명의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를 만나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전쟁과 부패, 불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러시아 검찰은 지난 14일 투표소 인근에서 미허가 집회를 여는 것은 투표 방해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인들은 푸틴에 대한 마지막 저항으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에 동참했고 큰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나발니가 창설한 반부패 재단 이사인 이반 즈다노프는 이번 정오 시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즈다노프 이사는 "관계 당국이 사람들을 겁주고 압박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정오에 나와 연대하고 서로를 지지했다"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 도시의 대사관·영사관 등에 차려진 재외국민 투표소에서도 이 시위가 열렸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아르메니아 예레반,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알마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친러시아 국가는 물론 호주 시드니, 중국 베이징·상하이,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베트남 호치민 등에 있는 투표소 앞에 긴 줄이 형성됐다.
한편 푸틴이 5선에 도전하는 대선은 예상대로 그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오전 8시에 시작됐고,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5일 오후 2시~18일 오전 3시)에 끝난다. 투표가 종료된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날 밤 늦게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는 오는 5월 7일 취임한다.
지난 2000년 첫 당선 이후 대통령 네 차례, 총리를 한 차례 역임한 푸틴은 이번 대선에 승리하면 2030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독재(1924~53년)보다 통치 기간이 길어져 30년 장기 집권을 이루게 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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