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넘어 계급 문제 다루는 ‘피라미드 게임’… “새로운 ‘오징어 게임’”

정진영 2024. 3. 17. 17: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라미드는 어디에나 있어. 그게 우리가 백하린한테 복종하는 이유고."나한테 피해만 오지 않으면, 계급의 최하단에 있는 게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절대다수의 방관 속 불합리한 계급 체계가 유지된다.

한 달에 한 번 투표로 왕따가 될 F등급을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의 이야기를 그린 '피라미드 게임'은 피상적으론 학교폭력을 다루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에 만연한 계급 구조를 고발하고 이를 연대로 타파해나가는 내용임이 선명해진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 포스터. 티빙 제공


“피라미드는 어디에나 있어. 그게 우리가 백하린한테 복종하는 이유고.”
나한테 피해만 오지 않으면, 계급의 최하단에 있는 게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절대다수의 방관 속 불합리한 계급 체계가 유지된다. 최하단에 있는 친구를 향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고도 모른척하고,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백연여고 2학년 5반의 폭력적인 피라미드는 계속 앞으로 굴러간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이 탄탄한 원작 웹툰의 토대 위에 신예 배우들의 연기 합이 더해져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티빙에서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오른 ‘피라미드 게임’은 유럽 최대 규모 시리즈물 행사인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유일한 K콘텐츠로 초청받기도 했다. 영국 BBC는 “‘피라미드 게임’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며 “두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독특한 유사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피라미드 게임' 스틸컷. 티빙 제공


한 달에 한 번 투표로 왕따가 될 F등급을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의 이야기를 그린 ‘피라미드 게임’은 피상적으론 학교폭력을 다루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에 만연한 계급 구조를 고발하고 이를 연대로 타파해나가는 내용임이 선명해진다. 이를 위해 드라마는 한 명의 F를 만들기 위해 낮은 등급끼리 서로 견제하며 오히려 윗등급에 표를 던지는 학생들이나, 학급 내 폭력을 알고도 묵인하고 오히려 학부모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담임 교사 등 부조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민낯을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통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깨부수기 위해 전학생 성수지(김지연)가 절대 권력자인 백하린(장다아)에게 도전한다. 불변의 F인 명자은(류다인)을 연민하면서도 ‘내가 아니니까 됐지’ 하며 방관자 대열에 합류했던 수지는 자신이 F등급이 되자 “피라미드를 쳐부수겠다”며 게임의 빈틈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F를 없애기 위해 D등급끼리 동맹을 맺고,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도 함께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공고했던 피라미드에 조금씩 균열을 내는 식이다. 피라미드가 완벽하지 않으며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권력 앞에 침묵했던 친구들은 수지가 보여주는 비폭력 동맹에 동조하며 하린을 위협해나간다.

'피라미드 게임' 스틸컷. 티빙 제공


수지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전복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뿌리 깊은 부조리가 하나씩 무너지고, 믿음과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통해 실제 현실의 부조리가 전복되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런 사회적 문제와 해결 방식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이 지점이 쉽게 공감을 끌어내면서 해외에서도 ‘피라미드 게임’에 주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7일 “사회의 계급 문제는 형태는 다를지언정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서 누구나 고민하고 고통받는 문제다. 그래서 해당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훨씬 감정 이입하기가 좋다”며 “‘오징어 게임’도 그랬듯 게임 형식을 통해 빠르게 공감을 유도한 뒤 사회문제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화제성 측면에서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 10회로 구성된 ‘피라미드 게임’은 8회까지 공개됐으며, 오는 21일 마지막 두 회차가 공개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