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盧 불량품' 발언에…이재명 "표현의 자유" 김부겸 "재검증"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한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친문·친노계와 이에 반대하는 친명계가 맞서는 가운데 선대위 ‘3톱’인 이재명·이해찬·김부겸 공동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부겸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양 후보가 “워낙 제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거는 당신밖에 없다. 여기서 뭐 새로운 게 나오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대회 직후 기자들에게 “내가 재검증을 요청했으니까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양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양문석이 이대로 계속 가야 되는지 멈춰야 되는지 전 당원 투표를 당이 결정해 준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자진 사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제목의 입장문에서 당이 양 후보 공천을 재고(再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양문석·김우영 등 막말 논란 후보들을 다시 한번 검증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썼다. 김우영 후보(서울 은평을)는 지난해 12월 비명계를 겨냥한 듯 “전차를 몰고 가서 너희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고 말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당내 친노·친문 인사들도 양 후보를 연일 성토하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전날 SNS에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렵다”며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께 말씀드려야 하나”고 썼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입장문에서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김대중·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사무총장 출신의 이광재 경기 분당갑 후보도 “양문석 후보의 과거 글을 봤다.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15년 전 가슴 속으로 다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양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라고 했다”며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말했다. 이해찬 위원장도 “선거 때는 그런 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 그대로 가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양 후보는 과거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매국질”, “악취 섞인 발언에 질식할 것 같다”(2007년), “실패한 불량품”(2008년) 등으로 비난했다. 그는 지난해 출마 선언문에서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밝혀 ‘당직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후보검증위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 통과했다. 지난 11~13일 치러진 안산갑 경선에서는 현역 평가 하위 20%(득표율 20% 감산)에 포함된 친문 전해철 의원을 꺾고 공천장을 따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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