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르' 푸틴 대관식 코앞…'반푸틴' 세력 마지막 저항
블라디미르 푸틴(72) 러시아 대통령에 ‘30년 차르(황제)’의 길을 열어줄 사실상의 대관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푸틴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예상대로 그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오전 8시에 시작됐고, 17일 오후 9시(한국시간 15일 오후 2시~18일 오전 3시)에 끝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표가 종료된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날 밤 늦게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는 오는 5월 7일 취임한다.
이번 대선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나섰다.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찬성한 친(親)정부 성향 인사들로, 푸틴 대통령의 5선을 위한 들러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지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00년 첫 당선 이후 대통령 네 차례, 총리를 한 차례 역임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승리하면 2030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독재(1924~53년)보다 통치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30년 장기 집권을 이루면서 ‘21세기 차르’에 등극하는 것이라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러시아 내 약 9만4000개, 해외 144개국에 295개 투표소가 개설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에서도 투표가 이뤄졌다. 또 이번 대선에선 처음으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이 도입됐다.
전체 유권자는 1억 1230만명인데, 이 중 약 7000만~8000만명이 투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흘 동안 이뤄지는 선거에서 이틀 간 투표율은 55%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대선에선 투표율이 67.5%였다.
어차피 승자는 정해진 가운데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0%를 넘을지 여부다. 기존 최고 득표율은 76.7%(2018년)다.
영국 BBC방송과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없었다. 유권자들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넣었다. 누구에게 기표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선 러시아 군인들이 총을 들고 돌아다니며 투표를 독려하고, 투표용지의 이름을 확인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반(反)푸틴 세력은 대선 마지막 날까지 저항했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은 17일 정오에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푸틴에 맞서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 15~16일에는 일부 러시아인들이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고, 투표 부스에 불을 지르는 등 투표용지를 훼손해 푸틴 재집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선거를 방해할 경우 반역죄로 2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선 기간에 우크라이나 점령지 투표소와 러시아 국경지대인 벨고로드주(州)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벨고로드주에선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반정부 민병대 '러시아자유군단', '러시아의용군', '시베리아대대' 등도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원하면서 전투가 치열해졌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로 인해 뱌체슬라브 글래드코프 러시아 벨고로드주 주지사는 17일엔 쇼핑몰, 18~19일에는 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엔 모스크바에도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격추됐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이뤄진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선거 방해 시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러시아군은 지난 3일 동안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미사일로 공습했고,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다쳤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압도적인 투표 결과를 이용해 승리 직후에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동원령을 새로 내리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또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언젠가 우리는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상 작전을 수행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나는 (지상군 파병을) 원하지 않고 앞장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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