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출 1호' 망원경, 주애가 들었다…'향도' 표현도 등장

박현주 2024. 3.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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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였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동행한 강동종합온실 준공식 참석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의 '향도'(嚮導)는 북한에서 주로 최고지도자나 조선노동당을 수식할 때 한정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김정은뿐 아니라 주애까지 수식의 대상에 포함한 것일 수 있어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딸 김주애와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과 주애의 전날 강동종합온실농장 방문 소식을 보도하며 총 세 차례에 걸쳐 '향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위대한 향도자, 창조자이신 김정은동지", "위대한 당중앙의 향도 아래", 그리고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는 대목이다. 영문으로는 이를 "The great persons of guidance"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만 표현했기 때문에 '분들'이 정확히 김정은과 주애를 칭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날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본 복수의 주체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향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애까지 이에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해당 표현이 김정은과 주애를 지칭한다면, 주애를 향도자 반열에 올리는 첫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은 부녀의 항공육전병(공수부대) 훈련 지도 소식을 전한 같은 날 통신 보도에선 주애가 김정은보다 앞에 서서 망원경으로 공수부대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도 공개됐다. 망원경으로 군사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은 김정은만 연출할 수 있는 전형적인 '1호 사진' 중 하나다. 북한 보도에선 김정은이 아닌 인물이 정중앙에 단독으로 나오도록 사진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아예 주애가 김정은처럼 망원경까지 들고 부대를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한 셈이다.

김정은이 지난 15일 딸 김주애와 함께 항공륙전병부대들(한국의 공수부대)의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특히 이날 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가죽 코트를 입고 팔짱을 끼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부터 주애는 북한에서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가죽 코트 차림으로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각종 현장에 등장하곤 했다. 관영 매체 보도에서의 존재감, 언급 순서, 존칭, 의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 내부에서도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지난 15일 강동종합온실을 찾은 김주애가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민생과 안보 현장을 가리지 않고 주애를 대동하는 것도 주목된다. 김정은이 경제 관련 공개 활동에 주애를 데리고 나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주애의 행동 반경을 넓히면서 주민들에게 차기 지도자로서 딸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북한 내부에서 여성 지도자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민들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김주애를 여러 현장에 대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 15일 딸 김주애와 함께 항공육전병부대(공수부대)들의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일각에선 김정은이 아직 11살에 불과한 주애를 마치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처럼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건 결국 내부 불안정에 따른 조바심의 발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거듭 실패하자 곧바로 데드라인을 정해 임무 완수를 독촉했고,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무리수로 설계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보란듯이 공개하기도 했다.

또 주민 통제의 고삐도 죄면서 올해 들어선 '삼천리 금수강산' 등 한국을 동족으로 여기는 표현을 쓰는 걸 엄단했다. 외교적으로도 한국이 쿠바와 수교하는 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지자 태도를 급선회해 서방 및 국제기구와 소통을 재개했다. 이러한 김정은의 최근 행보를 고려할 때 대내외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어린 딸을 마치 미래 세대 리더십의 아이콘인 것처럼 반복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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