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입에 올린 ‘낙태 여전사’ 해리스…美부통령 평가는 갈렸다
“모두들 이제 (제가 발언할) 그 단어를 들을 준비를 해주세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한 임신 중절 클리닉.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자들의 주의를 이렇게 모은 뒤 “자궁(Uterus)”이라고 말하자 여성 참석자들 사이에 가벼운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치인 입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단어가 여성 부통령 입에서 나오자 보이는 반응인 듯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신체의 그 부분은 자궁 근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며 많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자궁 근종이 더 이상 금기시돼선 안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ㆍ부통령 중 낙태 의료기관 첫 방문
미국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임신 중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지금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보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라며 자신의 몸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위스콘신ㆍ조지아ㆍ미시간ㆍ애리조나 등 스윙스테이트를 거쳐 이날 미네소타에서 ‘생식의 자유를 위한 투쟁’ 투어를 마무리하며 낙태 선택권을 위해 싸우는 여전사로 최선두에 섰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방문한 임신 중절 클리닉 밖에서 시위를 벌인 20여 명의 낙태 반대론자들을 두고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 언론에서는 부통령의 첫 임신 중절 클리닉 방문과 공개석상에서의 생식기 언급을 두고 “올 대선을 앞두고 낙태 이슈가 얼마나 논란이 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대목”(USA 투데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네소타대에 재학 중인 페이지 로빈슨(22)은 “낙태 문제는 11월 대선 투표 때 고려할 핵심 이슈”라며 “해리스의 클리닉 방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낙태권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USA 투데이에 말했다.
민주당이 미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여성 낙태권과 관련된 해리스 부통령 역할론과 맞물려서도 최근 그의 행보는 주목된다. 2022년 6월 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절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이후 보수 진영의 ‘Pro-Life(생명 중시)’와 진보 진영의 ‘Pro-Choice(결정권 중시)’ 간 대립 구도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직 대신할 자격 ‘있다’ 38%, ‘없다’ 54%
특히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54%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답해 ‘자격이 있다’(38%)는 사람보다 16%포인트 많았다. 서포크대 정치연구센터 데이비드 팔레올로고스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직무수행 능력을 둘러싼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11월 대선을 놓고 ‘역대급 비호감 대결’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가운데 부통령의 경쟁력이 승부의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은 바이든 캠프로선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얘기다.
“해리스, 여성 문제에 진정성 있다”
여성단체 ‘모두를 위한 생식의 자유’ 미니 팀마라주 대표는 “해리스는 여성 문제에 대해 진정성이 있으며 모든 여성이 공감하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차별화된다”며 “현 정부 들어 가장 많은 자유의 진전이 있었고 바이든에게 많은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창끝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USA 투데이에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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