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착공’ 광운대 역세권 개발, 노원 재건축에 희소식…추가 분담금 변수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1호선과 경춘선 환승역인 ‘광운대역’ 3번 출구로 나와 꽤 긴 육교를 건너 내려가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월계시영아파트다. 미륭, 미성, 삼호3차아파트가 합쳐진 곳으로 1986년 6월 완공됐다. 미성아파트는 1~16동, 미륭아파트는 17~23동, 삼호3차아파트는 24~32동으로 구성됐다.
지역에서는 단지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미미삼’이라 부르기도 한다. 총 32개동, 3930가구 대단지로 강북권에서 성산시영아파트와 함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지난 2021년 11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지난해 6월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41.21점)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사실 이곳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구 수만 따지면 강북에서 가장 큰 규모지만 그동안 안전진단 문턱에서 계속 좌절했다. 이전 정부의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적정성 검토 없이 바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예비안전진단 통과 무렵, 이 단지 가치는 최고로 치솟았다. 2021년 9월에는 전용 59㎡가 9억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10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덩달아 월계시영 또한 큰 타격을 입었다. 계속 호가가 떨어지더니 지난해 초에는 6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하면서 반등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2월 전용 59㎡ 매물은 7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최근 나온 호가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전용 59㎡ 호가는 7억원 중반대에 형성됐으며 전용 51㎡ 역시 6억원 중후반대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월계시영은 가장 작은 면적이 전용 33㎡, 가장 큰 면적은 전용 59㎡로 대부분 소형 면적으로 구성됐다. 통상적으로 소형 면적이 많은 아파트일 경우 재건축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가구당 대지지분이 작기 때문이다.
월계시영은 다르다. 비록 전용면적은 작지만 용적률이 낮고 전용면적 대비 대지면적이 넓어 좋은 투자처로 인식됐다. 면적이 가장 넓은 삼호3차 전용 59㎡의 대지지분은 56.75㎡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에 따르면 월계시영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51.15㎡(15.5평)다. 통상적으로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15평을 넘어서면 재건축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대지지분에도 불구하고 월계시영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바로 각종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 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추가 분담금을 예상보다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월계시영에서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져 있는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재건축 후 전용 84㎡에 들어가려면 가구당 약 5억원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월계시영 입장에서 불행 중 희소식이다. 월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성 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대지지분과 용적률인데 월계시영은 저층 아파트가 많아 대지지분이 크고 용적률이 낮아 노원구에서 가장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 단지”라며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다소 잠잠한 상황이지만 광운대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면 다시 한번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올해 착공 목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광운대 역세권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은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85-7번지 일대, 약 15만㎡ 부지에 최고 높이 49층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과 각종 업무용 건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상 사업비만 무려 4조5000억원으로 서울 강북 지역 최대 규모 개발 프로젝트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전담 조직인 ‘H1사업단’을 꾸리고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은 이미 지역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호재다. 다만 그간 워낙 중단된 경우가 많았고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원래 이곳은 1970년대 서울 동북권 물류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멘트 저장시설, 물류센터, 자동차 출고장 등이 들어서 당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시설이 노후화되고 시멘트 분진 등으로 혐오시설로 전락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은 이곳을 최고 49층 높이 주거단지와 함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업무지구를 짓는 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2009년 서울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대상지역으로 선정됐으나 워낙 비싼 땅값에 인허가 부담, 사업비용 과다 등으로 민간 사업자 공모가 두 차례 유찰됐다. 난항 끝에 2017년 3자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해당 부지에는 쇼핑몰과 호텔 등 복합 문화 공간, 미래형 오피스, 주거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경춘선 숲길, 중랑천 등 주변 자연환경과 접목시켜 사람, 자연, 도시환경이 공존하는 삶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도서관, 문화·체육센터 등의 문화시설 등이 함께 조성되며, 공공부지에는 광운대 등 인근 대학생과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보행교를 추가로 설치하고 도로도 재정비하는 등 기반시설도 확충할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 늦어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근 부동산 시장 영향은
재건축 단지 지난해부터 하락세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은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시장 침체와 고금리, 공사비 부담 등이 인근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계시영을 제외하면 광운대 역세권 개발에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는 월계시영 북쪽에 위치한 월계삼호4차아파트다. 월계삼호4차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이 확정됐다.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12번지 일대에 위치한 이 단지는 1987년 준공됐다. 최고 14층 높이 아파트 7개동, 910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용적률은 157%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렸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조금씩 하락 추세다. 전용 50㎡의 경우 지난해 11월 5억995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7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호가는 5억원 후반대에서 6억원 초반대에 형성됐다. 전용 59㎡ 또한 지난해 7월 6억7700만원에 거래된 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호가는 7억원 전후로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1983년 입주한 월계동신아파트 또한 대표적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 수혜 단지로 꼽힌다. 지하철 1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 도보 5분 거리에 광운대역도 가깝다. 우이천만 건너면 장위뉴타운, 바로 위쪽에는 월계시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단지 전용 93㎡는 지난해 12월 6억원, 올해 1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만 해도 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공사비 이슈가 있는 재건축 단지와 달리 재건축 연한이 조금 남아 있는 다른 단지들은 오히려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이다. 2002년 준공한 월계한진한화그랑빌은 올해 2월 전용 84㎡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만 해도 8억원 전후로 거래됐지만 소폭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 수요는 더욱 줄어든 모습”이라며 “월계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여러 굵직한 호재와 높은 사업성에도 공사비 등 추가 분담금 영향으로 반등하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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