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관식격 날…푸틴이 준 '아우루스' 타고 등장한 김정은
내부적으로는 경제난, 외부적으로는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고심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고급 방탄 승용차를 타고 등장, 북·러 간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전통적인 형제국 주쿠바 북한 대사는 교체될 전망인데, 한국과 쿠바 간 수교 여파로 해석된다.
16일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푸틴의 선물인 ‘아우루스’를 타고 평양 인근 강동종합온실 준공·조업식 현장을 방문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탑승한 아우루스는 경호차량 여러 대의 호위를 받으며 텅 빈 도로를 달리다 현장에 도착했고, 김정은은 딸 주애와 아우루스에서 내렸다. 아우루스의 정면과 차량 번호판 일부까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한 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는 푸틴이 지난달 17일 김정은에게 선물한 것으로, 실제 김정은이 이를 탑승한 모습이 포착된 건 처음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16일 오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아우루스를 “오늘 공개행사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확인하며 “최고 영도자께서 러시아 국가수반이 선물로 보내드린 특수한 전용 승용차를 이용하시게 된 데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전용 승용차의 특수한 기능은 완벽하며 철저히 신뢰할 수 있다”며 아우루스의 방탄 기능 등에 만족을 표하는 듯한 입장도 보였다.
아우루스는 제작에만 약 124억 루블(약 1700억원)이 들고, 모델에 따라 현지에서 약 4000만∼8000만 루블(약 5억∼11억원)에 판매된다고 한다. 이런 고급 승용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대북 반입을 금지한 사치품에 해당한다. 안보리 결의는 운송수단의 대북 이전도 금지하고 있다.
이날 김정은의 아우루스 탑승 공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을 위해 제재도 대놓고 무시하며 양국 간 밀착을 과시한 셈이다. 김여정도 담화에서 김정은의 아우루스 이용은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강화발전되고 있는 조로(북러)친선의 뚜렷한 증시”라고 표현했다.
특히 김정은 부녀가 아우루스 첫 탑승을 공개한 날은 러시아의 대선일(현지시간 15~17일)과 맞물린다. 푸틴 5선의 ‘대관식’ 격인 대선에 맞춰 보란 듯 이를 공개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앞서 푸틴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보유했다고 표현, 김정은이 원하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것처럼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에 외교라인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여정 입으로 공개 담화를 낸 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러시아와 신뢰 관계를 의도적으로 과시하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새로운 형제국’ 러시아와는 밀착을 강조하는 한편 ‘전통적 형제국’ 쿠바와는 여전히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16일(현지시간) 쿠바 대통령실 SNS와 관영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마철수 주쿠바 북한 대사는 전날 오후 아바나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접견해 귀임 인사를 했다.
마 대사는 2018년 부임, 이미 임기를 채운 측면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한국과 쿠바가 수교한 직후 이뤄지는 대사 교체라 문책성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북한은 공식 발표 직전까지도 한국과 쿠바 간 수교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 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재 대사로서 이는 만회하기 어려운 정도의 임무 실패에 해당한다.
쿠바는 마 대사에 우호 훈장을 수여하는 등 한국과 수교한 뒤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태도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마 대사를 만나 “양국은 우정과 상호 존중,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깊은 신념을 공유하며 미 제국주의에 대한 공동의 투쟁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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