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 잡아라" 대표까지 나섰다…막 오른 건설 수주戰

백민정 2024. 3.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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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모습. 뉴스1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상위권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막이 올랐다.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도정사업)에서 2위를 했던 포스코이앤씨가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올해 두 달여간 재건축·재개발 3건, 리모델링 1건 등 4건을 수주해 공사금액 기준으로 2조33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벌써 작년 수주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여기에 작년까지 5년 연속 도정사업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이 최근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하며 시동을 걸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총 공사비는 6782억원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작년에도 도정사업에서 나란히 1, 2위를 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총수주액 4조6122억원으로 1위에 올랐고, 포스코이앤씨가 4조5988억원으로 간발의 차로 한 계단 밀렸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정사업 수주액 1위를 거머쥐겠다는 목표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수주전에서 두 회사가 맞붙었다. 여의도가 워낙 핵심 입지인 데다 ‘여의도 재건축 1호’라는 타이틀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양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7일 “대우건설이 지난해 말 여의도 공작아파트 시공권을 따냈지만 단지 규모가 한양아파트보다 작다”며 “한양아파트는 1000가구 정도의 중규모 단지라 여의도 재건축 상징성이 있고, 최고급 아파트로 먼저 지어 놓으면 향후 여의도 일대 수주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에 두 회사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 회사는 한양아파트 소유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으며 공을 들여왔다.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단지로 내세운 '오티에르 여의도' 조감도. 사진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는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 아파트로 지으면서, 3.3㎡당 798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사비 조건을 내세웠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3.3㎡당 824만원보다 더 낮은 가격이다. 또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분양 수입 시점마다 소유주에게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주요 입지에 ‘오티에르’ 아파트가 아직 없다 보니 더욱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서울에 오티에르를 단 대장 아파트를 꾸준히 늘리는 게 우리 목표”라며 “신반포21차와 방배 신동아 재건축, 노량진1·3구역 재개발에 이어 여의도까지 강남 벨트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운데)가 지난 13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를 찾았다고 현대건설이 밝혔다.

현대건설도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 ‘디 에이치’로 서울 곳곳에 깃발을 꽂았지만 여의도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해 하이엔드보다 더 고급화를 내세운 ‘하이퍼엔드’ 주거단지로 짓겠다며 고층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극대화하겠다고 나섰다. 더욱이 지난 13일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한양아파트를 찾아가 “여의도 한양을 반드시 수주해 명실상부 여의도 최고의 랜드마크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사 대표가 수주 경쟁이 한창인 사업장을 방문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건설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단지로 내세운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 사진 현대건설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양아파트 소유주들도 조합격인 정비사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양 갈래로 나뉘어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을 각기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수주 1, 2위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나머지 상위권인 DL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도 수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고, GS건설은 부산 민락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올해 첫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은 압구정, 신반포, 개포동 재건축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형 건설사 전반에는 ‘선별 수주’ 기조가 확고하다. 고금리 장기화에 자잿값 상승으로 곳곳에서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올해는 건설업계 전체가 긴축·비상경영이 모토”라며 “대부분 사업성이 확실한 곳만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여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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