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이해 없이 기업 전략도 없다 [경영칼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필수…국민 감정 살펴야
2006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3’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배우 톰 크루즈가 도심 초고층 건물 사이를 누비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높은 때였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24개 참여국 중 18개국에서 응답자 과반이 중국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는 ‘효율 중심 세계화’에서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강조하는 ‘다극 체제’로 전환 중이다. 중국에서 20년째 근무 중인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역시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는 전략 구축 시에 다음과 같이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통해 ‘코끼리 전체’를 봐야 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무역에서 ‘지정학적 거리’가 2017년 이후 약 6~10%가량 줄어들어 프렌드쇼어링(우방국 간 공급망 구축)의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오히려 지정학적 거리가 늘어났다.
미국의 무역에서는 상품의 평균 이동 거리, 즉 ‘지리적 거리’가 같은 기간 동안 3%가량 감소해 니어쇼어링(지리적 인접 국가로의 이전)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중국, 독일, 인도, 브라질 등에서는 그 거리가 늘어났다. 이렇듯, 공급망 재편은 지역과 산업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최고경영자라면 사례 발굴, 거시적 통계 분석, 내외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성적 정보 확보 등을 기반으로 종합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나리오별 관련 지표, 전략적 조치 간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 규모, 비자 발급 추이, 수출 제한 명단 기업 변화, 제품 수출입 허가율 등 주요 선행지표를 상정하고 주기적 모니터링을 통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 재고를 비축하거나 추가 공급처를 확보하는 보험 조치를 하거나, 대체품 개발을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거나 또는 특정 시장에서의 철수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전략적 포트폴리오와 연결시켜야 한다.
셋째, 지정학적 변화를 판단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 특히 경영진과 이사회는 전략적 선택에 따른 상충 관계를 논의할 수 있는 절차를 정립해둬야 한다. 무역에서 대체 공급자를 찾는 과정은 대개 비용을 상승시키며 공급망을 더 불투명하게 할 때도 있다. 미국이 지난 5년 사이 베트남으로부터 노트북 수입을 두 배 늘린 결과,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관련 부품 수입을 두 배 늘린 게 그 예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추가 비용이 얼마고 누가 지불할 것인지, 기대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선제적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문제의 가장 어려운 점은 국가나 국민 간 감정이 함께 얽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주요 현안에 대해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먼저 정립한 후, 이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대내외 소통을 해야 한다.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중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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