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드디어 모녀 국어 교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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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숙 기자]
올해도 여전히 분주한 3월, 새학기의 시작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 새로운 아이들! 겨울을 버티고 다시 살아난 봄꽃처럼 활기와 설렘이 가득한 교실에서 유달리 두근거리는 것은 5년만의 전근으로 인한 떨림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올해 드디어 모녀 국어 교사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 5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한 딸아이의 책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선생님이 되기 바란다. |
ⓒ 한현숙 |
대학을 졸업한 후 5년 동안, 20대 후반의 청춘을 도서관에서, 스터디 모임에서 보낸 딸아이의 노력과 도전, 좌절과 용기를 알기에, 함께 마음 졸이고 응원하고 기도했다.
저녁 식사 후 예정된 스터디 모임으로 마음 놓고 가족들과 떠들지도, 봄꽃 흐드러지고, 단풍 아름다운 계절이 와도 편안하게 데이트 한번 쉽지 않았던 고단한 하루! 공부하는 시간에 쫓겨 강아지와의 산책도, 졸음과 피곤에 지쳐 친구와의 자잘한 만남도 대부분 유예시켜야만 했던 딸아이의 지난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3년 전부터는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정신적 피로감은 물론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교직에 대한 열망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져만 가는 딸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 임용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며 수업시연과 면접을 준비하며 마지막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
ⓒ 한현숙 |
매년 11월이 오면 긴장 속에 시험을 치르고, 12월에는 불합격의 좌절을 맛보고, 2월에는 최종탈락의 고배를 마시니 딸아이의 일상이 흔들린 지 이미 오래였다. 교직이 좋아 평생의 직업으로 택한 딸아이에게는 임용 최종 합격이 목표였다.
그런 딸아이의 고군분투는 때때로 나의 30여 년 교직 생활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었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얼마나 귀한 자리인지,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 땀, 눈물이 모여야만 성취할 수 있는 교단임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교사로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오랜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되어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가! 편리함과 익숙함에 빠져 더 이상 연구하려 하지 않았나. 교실에서 2009년생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나만 홀로 과거에 묶여 있지 않은가!
그때마다 새내기 교사의 초심과 순수함을 떠올려야 했다. 교직 생활이 험난하다고 투덜거리다가, 틀에 박힌 수업에 갇혀 지루한 하루를 보내다가, 아이들이 주는 힘듦과 상처에 명퇴를 떠올리다가도 딸아이의 열망 앞에서 늘 고개를 숙여야 했다.
▲ 딸아이의 손때 가득한 전공 서적 중 하나 펼치고 또 펼치고, 익히고 또 익혔을 지난 5년을 기억한다. |
ⓒ 한현숙 |
2차 시험인 수업시연과 면접을 준비하며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던 딸아이의 모습, 판서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주의하며 수업을 시연하고, 아이들 중심으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던 모습에 나도 마음을 졸였다.
수많은 예상 면접 질문지를 보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교육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아 가상 면접관 앞에서 되뇌는 딸아이를 보며 제발 합격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2차 시험을 치르고,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마음 졸이던 중 최종합격명단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신규교사 연수, 임명장 수여식까지 감격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 교육감님이 2024 신규교사에게 임명장을 일일이 전달하는 모습이 엄숙하게 느껴졌다. 신규 국어교사 12명 중에서 인천 시내에 발령받는 행운까지 얻었으니 믿을 수 없는 기쁨의 연속이었다.
교직의 어려움은 전 국민이 공감하는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출생률 감소로 인한 힘듦,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높은 기대치, 아동학대와 생활지도의 모호한 경계로 인한 위험, 갈수록 줄어드는 교원 수급 정책 등등!
그러함에도 매년 아이들이 좋아, 교실이 좋아 교직을 염원하는 이들이 시험장에 모이고 있다. 딸아이의 합격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빌었던 나의 마음을 담아, 순수한 그들의 열정과 소원이 반드시 꽃피기를 기도한다.
첫 발령을 받은 후 분주한 3월을 보내고 있는 딸아이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를 연발하며 아이들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즐거움과 애정으로 교실을 바라보는 그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선생님이 되기 바란다.
모녀 국어교사로서의 시작! 단순한 기쁨의 의미를 넘어 자식에게 나의 30년 교직생활을 인정받고, 긍정적 평가를 받아 나를 따라 대를 잇는다는 생각까지 드니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송고 게재 후 개인 블러그에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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