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기후위기 소송 청소년 "올해 나도 투표, 22대 국회 정말 중요"
[선대식 기자]
▲ 윤현정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가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청소년기후행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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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미흡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 일부 조항이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위기소송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당시 고1 학생이었던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는 이제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이가 됐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청소년기후행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활기가 느껴졌던 사무실에는 한쪽 벽면에는 헌재 공개변론 준비를 위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최근 헌재는 4년의 침묵을 깨고 여러 기후위기소송을 묶어 오는 4월 23일 공개변론을 연다고 발표했다.
- 공개변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을 것 같다.
"정말 기뻤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난 다음 4년 만에 나온 헌재의 첫 응답이다. 지금까지는 헌재가 관심을 갖고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는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는데, 헌재가 이제 정말 다루는구나 싶어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헌재에 청소년기후행동이 문제 삼은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인권위는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반되고, 포괄 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강조했다.
- 인권위 결정에 기뻤겠다.
"작년에 직접 인권위 회의 방청을 다녀왔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한 인권위원이 우리 사건이 헌재에서 각하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출신인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많은 인권위원이 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울컥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희망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윤씨는 "사실 기후위기를 다루다 보면, 나쁜 소식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는 후퇴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량의 75%를 차기 정부로 떠넘기고 산업부문 감축량도 줄였다.
- 윤석열 정부 발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 계획대로 간다면, 아마 우리는 최악의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마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그 계획조차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어떤 뜻인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그 목표를 못 지킬 것 같으니, 그 목표를 폐기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목표를 폐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페널티도 없으니까."
윤씨는 "지난해 정부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금 탄소를 배출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업계'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 지난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소송 제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청소년기후행동 |
인터뷰 주제는 자연스럽게 총선으로 넘어갔다.
-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에 투표할지 정했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아직은 이 정당을, 이 후보를 뽑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 이번 총선에서는 기후위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각 정당은 기후위기 관련 인물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크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기후위기라는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여러 후보들이 기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윤씨는 2022년 대선 때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정책이나 후보들의 발언에 기후위기랑 관련된 게 있는지 없는지를 뒷조사하다시피 했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기후위기 정책이 있었다. 되레 신공항 건설 등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공약들이 더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당시 후보가 TV토론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모를 수는 있는데, 몰라도 되는 이슈처럼 취급한다거나 이를 정파적인 이슈로 해석해 반응했다"라고 꼬집었다.
- '기후유권자'라는 말도 나오는데, 주변 친구들은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나.
"주변 친구들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지 않다. 하지만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것 같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 어떤 정당도 기후위기를 포함해서 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투표할 정당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에게 양대 정당의 기후 공약 평가를 물었다. 여당은 기후위기 극복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RE100을 모르면 어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씨는 "제가 살던 곳은 원전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몇 년 전 심하게 태풍이 불어 원전 가동이 멈춘 적이 있었다. 자연재해의 위험이 커지면 원전은 안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원전은 기후위기 시대와 같이 갈 수 없는 존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총선 영입인재 1호는 기후위기소송 대리인 박지혜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기후행동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윤씨는 "민주당이 기후위기를 다루는 데 진심이라면, 그 영입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 몇 명 국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았고, 기후특위도 꾸려졌다. 하지만 기후특위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각 당에서 기후공약을 내고 기후위기를 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기후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만약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면, 국회가 후속 입법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뽑히는 22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탄소중립법에 반영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정말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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