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수술만 3000건, 강남에 병원 세웠다…'무릎팍도사' 건강 팁
운동 재개하는 봄철, 부상 막으려면
수술은 2층, 재활은 1층, 원스톱 시스템
은 원장이 ‘영혼의 단짝’을 만났다. 재활 트레이닝 분야 레전드인 최주영 코스메드 스포츠의학센터 소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히딩크 사단의 팀닥터로 일할 당시 그는 월드컵 개막 직전 큰 부상을 당한 이영표 선수를 맡아 예선 3차전 포르투갈전부터 뛸 수 있게 만들었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최 소장은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 대표팀에서도 5년간 일했다. 당시에도 부상으로 도저히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선수를 만져서 게임을 뛸 수 있게 만든다고 해서 베트남 언론은 그를 ‘미러클 초이’ ‘닥터 초이’라고 불렀다. 올해 2월 끝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신태용 감독을 도와 인도네시아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은 원장은 최근 6층짜리 단독 건물로 병원을 이전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바로 재활에 들어가는 ‘원스톱 시스템’을 지향했던 은 원장은 공간과 시설의 부족 때문에 늘 힘들어했다. 이제 ‘자가’가 생겼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상하면서 최 소장을 떠올렸다. 1년이 넘는 기간 지속적인 설득으로 최 소장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은 원장은 “최 소장님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함께 일하고 싶었지만 조심스러웠죠. 이젠 시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2층에 있는 은 원장이 진료와 수술을 끝내면 1층의 최 소장에게 환자를 내려보낸다. 최 소장은 체외충격파 등 각종 첨단 기기를 활용하고 지하층에 있는 재활센터 직원들과 함께 도수치료, 재활 프로그램 진행 등을 주관한다. 두 사람이 워낙 전문가인데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환자들의 신뢰도 깊다.
최 소장은 “은 원장님과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죠(웃음). 수술-재활 협진 프로그램을 하는 곳도 적지 않지만 우리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방향 등에 대해 수시로 의논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러니 치료 효과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수구 선수가 무릎 내측 인대 부분파열로 병원을 찾았다. 2주 뒤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은 터라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단 5일 만에 치료와 재활이 끝나 웃으면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고 한다.
은 원장은 “스포츠의학에서는 ‘리턴 투 XX’라는 개념이 있어요. ‘리턴 투 스포츠’는 동호인이 조기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정도, ‘리턴 투 플레이’는 어느 정도 수준의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정도죠. ‘리턴 투 퍼포먼스’는 최상 수준의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이동국 선수가 무릎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면 경기에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인력과 시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실과 재활체육관이 함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솔직히 필드 재활의 최고 전문가가 없었어요. 최 소장님을 영입해서 ‘화룡점정’을 하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부상을 당해 수술을 한 뒤 재활 중인 환자는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부상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런 심리를 안정시켜주고 의욕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트레이너가 환자의 멘털까지 파악하고 세심하게 관리해 줘야 한다. 은 원장은 “늘 싱글싱글 웃는 표정의 최 소장님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분”이라고 했다.
지금도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는 최 소장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 소장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은 원장이 ‘거기 가면 축구대표팀 선수들만 봐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다양한 종목의 대표급 선수들을 치료해서 살려낼 수 있지 않으냐’고 설득하는 바람에 주저앉았죠”라며 웃었다.
“스포츠의학의 궁극적 가치는 부상 예방”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고 있고, 날씨가 풀리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늘었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팁을 달라고 부탁했다.
은 원장은 “요즘 스포츠는 점점 익스트림·프리스타일 쪽으로 가고 있어요. 전문 선수가 아닌데도 부상 직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이는 추세거든요. 스포츠의학의 궁극적인 가치는 부상 예방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치는지를 미리 알고, 다칠 만한 동작을 안 하는 게 최선의 부상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조기축구를 하면 근육이 튼튼해질까요?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과 ‘근육을 만드는’ 운동은 다릅니다. 근육한테 일만 시키고 밥을 안 주면 쇠약해지겠죠. 어떤 운동을 하든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력과 지구력을 갖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운동하러 가는 게 다치러 가는 꼴이 됩니다”고 조언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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