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신드롬' 주가 500% 폭등…한국선 이 기업 제일 앞섰다
불붙은 비만치료제 전쟁
치매 5000만 명, 심혈관 질환자 5억 명을 뛰어넘는 10억 명의 시장. 바로 비만 시장이다. 2022년 전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돌파한 데다, 비만이 당뇨·심장병처럼 하나의 질병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만치료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6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0억 달러(약 131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비만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사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최고 500%가량 폭등했다. 위고비 대항마로 불리는 ‘젭바운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7173억 달러)는 지난달 테슬라 시가총액(5563억 달러)을 뛰어넘고 미국 상장사 시총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삭센다’ ‘위고비’로 비만치료제 강자가 된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9월부터 유럽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로 고공행진을 달렸던 화이자나 존슨앤드존슨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만치료제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국내 기업들도 신약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유럽에 비해 과체중 인구 비율은 낮지만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 수요가 많은 편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삭센다 글로벌 매출의 4%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비만 인구를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8년 96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비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30년 7253억원으로 7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삭센다·위고비의 노보노디스크와 위고비 대항마로 꼽히는 젭바운드 일라이릴리가 ‘글로벌 2강(强)’ 체계를 굳히고 있는 만큼, 투여 방식 다변화 등을 통해 빈틈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 중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하반기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뒤 최근 첫 환자를 등록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삭센다·위고비와 같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인슐린 분비 촉진 호르몬) 계열 치료제다. 김나영 한미약품 전무는 “상대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서양인을 타깃으로 개발한 외국산 GLP-1 계열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했다”며 “2027년 국내 시장 출시가 목표”라고 말했다.
주사제 위주의 비만치료제를 몸에 붙이는 패치나 먹는 방식(경구형)으로 바꿔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대원제약은 경구형 비만치료제 ‘DW-4222’와 위고비를 주사바늘형 패치로 바꾼 ‘DW-1022’를 개발 중이다. DW-4222는 최근 임상 2a상을 종료했고, DW-1022는 임상 1상 계획(IND)이 승인돼 연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DW-1022는 1㎜ 이하의 미세 바늘을 활용해 체내 전달율을 높인 만큼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도 자회사 유노비아가 GLP-1 계열의 경구형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YH34160’은 뇌의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성장분화인자15(GDF15)를 표적화해 전임상에서 위고비(5%)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11.9%)를 보인 바 있다. 유한양행은 이를 바탕으로 GDF15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다만, GDF15 계열은 일라이릴리 등이 한때 개발을 진행하다 중단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기 비만치료제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눈을 돌리는 제약사도 나오고 있다. 펩진·삼천당제약·한국비엔씨 등은 삭센다의 미국·유럽 내 특허 만료를 앞두고 복제약 개발에 나섰거나 검토 중이다. 바이오시밀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바이오시밀러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고, 중소형 개발사의 역량으로 쉽지 않은 영역인 만큼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국내 제약사의 위탁생산(CDMO)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위고비 등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시설을 꾸준히 확대해 온 데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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