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가도 '쓰담쓰담'…포근함에 빠졌다, 1억개 팔린 힐링템 [비크닉]
■ b.트렌드
「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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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로 꽉 찬 인형 매장
지난 8일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인형 브랜드 ‘스퀴시멜로우(Squishmallows)’의 팝업 스토어. ‘인형=아이들 장난감’이라는 통념을 깨듯 20대 이상의 어른들도 매장이 북적였다. 누군가는 몸통만큼 큰 대형 인형을 눌러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작은 스퀴시멜로우 인형들로 만든 흔들의자에 앉아 몸을 맡기기도 했다. 천장에 스퀴시멜로우 인형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거울 공간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방문객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황수련(20)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처음 만져보는데 촉감이 아주 좋아요. 모양도 흔하게 생기지 않아서 가방에 거는 패션 소품으로도 써볼까 해요.” 매장 직원인 임세현(23) 씨는 “하루 방문객이 평균 2000여 명 수준에 40대 고객도 적지 않다”면서 “말랑한 촉감을 신기해하면서 큼지막한 중형 사이즈 인형까지 사간다”고 전했다.
스퀴시멜로우는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봉제인형 브랜드다. 다람쥐·달팽이·카멜레온 등 다양한 캐릭터를 타원형의 인형으로 만드는 게 브랜드의 차별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다. 바로 마시멜로처럼 말랑한 감촉이다. 만질 때마다 포근한 느낌이 들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특히 실내 생활이 늘고 대면 교류가 줄어들었던 팬데믹 기간 중 ‘성인용 힐링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레이디 가가, 킴 카다시안 등 글로벌 스타까지 스퀴시멜로우의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면서 2022년 한 해에만 인형 1억개를 판매했다.
힐링 인형의 성장 가능성을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는 일찌감치 알아봤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2022년 스퀴시멜로우의 모회사인 재즈웨어(Jazzwares)를 인수한 바 있다.국내에선 완구 브랜드인 손오공이 지난 1월부터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이 업체의 이예림 매니저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을 젊은 세대에게 마음을 다독이는 애착 인형 같은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형 품은 키링, 품절 대란 빚다
성인이 인형을 찾는 추세는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의 변화에서 가장 크게 감지된다. 가방 키링은 ‘Y2K(세기말 패션)’ 트렌드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액세서리. 이전까지는 통상 플라스틱이나 철로 만든 조형물이 달린 키링이 유행이었지만, 지난 1~2년 사이 귀여운 캐릭터 인형이 달린 키링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키링 하나로 급성장한 브랜드도 생겨났다. 2021년 대구에서 소품숍으로 시작한 ‘모남희’다. ‘블핑이’라는 자체 캐릭터로 만든 인형 키링으로, 블랙핑크·뉴진스 등 연예인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애착템으로 소개하면서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지금도 대구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엔 오픈런이 빈번하고, 온라인에선 품절 대란이 빚어지기 일쑤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팝업에 이어 최근 GS25와 협업 제품도 내놨는데, 모남희얼굴인형으로 만든 키링은 지난달 사전예약에서 1만5000개가 완판됐다. 이달엔 화이트데이를 맞아 물량을 10배 확보해 11만개를 판매한다.
인형 키링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젊은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수단으로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키링을 만들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초 산리오캐릭터즈의 핵심 캐릭터인 ‘한교동’을 활용한 인형 키링을 내놨다. 에어부산도 올 초 갈매기 캐릭터 ‘에부리’와 ‘러부리’로 만든 인형 키링을 선보인 바 있다.
과거 정교하게 조립해 만드는 레고나 건담으로 대표되던 키덜트 인형 시장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팍팍한 현실에 대한 위로를 꼽는다.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소비자학과)는 “누구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힐링하려는 본성이 있다”면서 “일상이 힘들고 복잡해질수록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인형이 주는 포근함으로 안정감을 느끼려는 성인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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