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분노 터뜨린 아들, 오은영의 섬뜩한 경고
[김종성 기자]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갑자기 환청과 망상이 시작된 모범생 아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오은영의 정확한 진단과 솔루션으로 해답이 살짝 보였지만, 역시 한 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1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는 솔루션 이후 부모가 다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엄마는 여전히 금쪽이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쪽이는 엄마를 향해 알 수 없는 분노를 표출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빠와도 갈등이 생겼고, 형제간의 다툼도 선명해졌다. 다시 원점으로, 아니 더 악화됐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우선 이상 행동보다는 가족관계의 어려움은 없는지 초점을 맞춰보자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요한 키워드는 '사춘기 자녀', '통제적인 엄마', '가족 간 소통'이었다.
가족 회의 시간, 안건은 각자 지킬 수 있는 규칙 정하기였다. 순식간에 적어낸 금쪽이는 '하루에 게임 무제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괜한 억지인지 진심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족들은 그저 게임이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비난 일색이었다. 결국 감정 싸움으로 번졌고, 가족 회의는 불통으로 끝나버렸다.
오은영은 가족 회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표현해보고 의견이 달라도 조율해 보는 과정이라고 전제한 뒤, 금쪽이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인데 가족들이 화를 내고 흩어져버렸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금쪽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화와 억울함으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금쪽이가 고집을 부린 이유는 역시 '사춘기'와 관련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바야흐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사춘기의 특징은 자아의 경계가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금쪽이 입장에서 보면 가족들이 자신의 꿈에 핀잔을 주니 '나의 경계'를 침범하다고 느꼈으리라. 막연한 꿈이라도 비난과 핀잔으로 반응한다면 가족관계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일수록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다음 솔루션(아이컨택 타임, 애정 표현 타임)들도 실패로 귀결됐다. 엄마는 시큰둥하고 삐딱한 금쪽이가 못마땅했다.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하지만 오은영의 생각은 달랐다. 사춘기 자녀에게 무언가 제안했을 때 따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요구적인 엄마'에 대해 언급했다. 대답이 시원치 않다면 다음에 들으면 될 일인데, 엄마의 기준에 맞는 완벽한 답을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채근하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금쪽이의 마음은 조금만 건들려도 터질듯한 상태였고, 엄마에게 날이 서 있었다.
금쪽이는 "엄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고 하소연하더니, 엄마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간섭하고 괴롭혔다. 마치 엄마가 자신을 통제하려고 했던 행동을 똑같이 재현하는 듯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자신이 힘들었던 상황을 비슷하게 연출해 마음의 응어리를 대갚음하려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엄마를 향한 복수심이 이렇게 커진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 날, 금쪽이는 축구를 하러 나가겠다며 집을 나섰다. 엄마는 무릎을 다쳐 안 된다며 만류했다. 현관에서부터 실랑이가 벌어져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어졌다. 금쪽이는 엄마의 집요한 반대에 "그만 말해"라며 입을 꼬집었다. 엄마도 지지 않고 격한 제스처를 써가며 금쪽이를 제지했다. 갈등은 점차 몸싸움으로 번졌다. 금쪽이는 왜 몸이 아픈데도 억지를 부리며 나가려 한 걸까.
얼마 후, 가족들은 아빠 생일을 맞아 외식을 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금쪽이는 기분이 좋지 않아 혼자 있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엄마를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며 복수 중이라고 말했고, 게임 무제한을 주장하며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엄마는 지친 마음에 금쪽이 앞에서 보란 듯 신세 한탄을 하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금쪽이는 밤이 되어도 집에 가지 않고 버텼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장면을 보며 함께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은영의 반응은 역시 남달랐다. 그는 금쪽이가 보인 반항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솔루션 전까지만 해도 이상 증상을 동원해 힘듦을 표현했던 금쪽이가 더 이상 환청과 망상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기 주관적인 주장을 펼치는 건 희망적인 변화였다.
"원래 청소년 자녀는 엄마 뜻대로 안 돼요." (오은영)
이럴 때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마음의 탈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우선, 축구를 못하게 하는 이유가 무릎이 아픈 '널 위해서'라고 설명해야 한다. 물론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가 그 단계에서 말을 들를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우기며 축구를 하러 가겠다고 하면 "나갔다가 아프면 '네가' 잘 생각해서 들어와"라고 말해야 한다. 판단과 결정의 주체를 자녀의 몫으로 남겨주는 것이다.
문제는 엄마가 사소한 결정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기질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럴수록 금쪽이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청소년 자녀가 부모의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아이와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런데 엄마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걸 넘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통제적 성향이 강한 탓이었다.
또, 오은영은 불쌍한 엄마를 자처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노력하는 엄마를 불쌍한 위치에 두면서 금쪽이가 못된 아이가 되어버렸다며, 아이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건 매우 부정적인 방식이니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엄마와 금쪽이 형과의 갈등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형은 자기감정이 중요한 기질이라 자신의 기분을 직설적으로 말했는데, 엄마는 이를 적절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청소년기의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엄마는 첫째와의 소통 문제처럼 사춘기에 접어든 금쪽이와 같은 문제를 겪기 시작한 것이다. 통제적 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모와 감정 소통을 많이 배우지 못한 자녀들은 감정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마음에 쌓인 불편한 감정은 우울감으로 바뀌기도 한다. 실제로 소통이 안 되자 형은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아직까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엄마는 여전히 본인의 결백과 힘든 입장에 대한 증명을 하기에 바빴다. '통제'는 이미 엄마 인생에 단단히 자리잡은 듯했다. 그동안 금쪽 형제가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엄마가 좋지만 밉다"는 말은 형제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제대로 깨닫지 않으시면 파국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금쪽 처방은 '형제 Freedom'이었다. 오은영은 소통의 기본 자세를 강조했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공감까지만 하기,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였다. 우선, 가족 심리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는 자신과 금쪽이의 갈등을 재현한 장면을 보더니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에 덜컥 울음이 터진 것이다. 그런 엄마를 보는 금쪽이는 생각에 잠겼다.
어릴 적 엄마는 어떤 아이였을까. "말도 못하고 마음을 표현해 본 적 없는 아이"였다는 엄마는 유년기를 떠올리면 자신이 싫었던 기억뿐이라 대답했다. 어릴 적 자신을 표현해 보라는 요구에 바닥에 눕더니 하염없이 울었다. 그때 금쪽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괜찮냐며 말을 건네더니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전했다. 엄마에겐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엄마의 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잘못된 화법을 고치고, 공감 화법을 익히기 위해 아빠와 연습에 매진했다. 형제의 감정을 맞추는 연습도 시도했다. 또, 금쪽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가졌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요가를 하고 단소를 부르며 마음을 컨트롤했다. 엄마가 기다리자 금쪽이가 먼저 다가왔고, 스스로 게임을 중단했다.
서로의 진심을 꺼내 소통하게 되자 가족의 일상은 한껏 더 밝아졌다. 환상과 망상을 동원해서라도 엄마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금쪽이는 이제 한층 더 성숙해졌다. 물론 엄마의 깨달음과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의 문제 이전에 부모의 상태를 직시하는 육아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솔루션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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