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논란에 카드게이트까지, 미봉책 아닌 혁신 시급한 축구대표팀

이준목 2024. 3. 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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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남자축구 대표팀 황선홍 감독, 이강인 대표팀 발탁 "운동장에서 풀어야"

[이준목 기자]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안컵 탈락 이후 클린스만의 경질과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 선수단 내분 사태를 일으켰던 이강인과 손흥민의 극적 화해로 수습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던 축구대표팀이 또다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태국과의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은, 최근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서 논란의 이강인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당시 고참 선수들에게 항명하며 하극상을 일으켰다는 '탁구게이트'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

이강인은 사건이 폭로되고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SNS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선배 손흥민을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손흥민도 자신의 SNS에 이강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화답하며 팬들의 이해와 용서를 당부했다.

한편으로 '이강인에게 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을 강행했다. 황 감독은 "이번 사태는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이번에 부르지 않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팀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강인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강인이 출전하는 태국전을 보이콧하겠다는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온라인 사이에서 지금도 찬반양론이 뜨겁게 갈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카드 게이트'까지 터졌다. 아시안컵 전 전지훈련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일부 선수들이 협회 직원과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축구협회가 대회 기간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설치한 휴게실에서 칩당 1000원에서 5000원으로 설정하고 카드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하여 대한축구협회는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것은 맞지만, 도박성이 아닌 음료값 등을 위한 내기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액을 떠나 중요한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경기 및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나 선수단을 지원해야 할 협회 직원이, 현지에 사행성 게임 도구를 챙겨가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선수단 내부에 지켜야할 내부적인 규율과 원칙이 보이지 않는 대표팀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경질된 전임 감독인 클린스만은 자율을 빙자하여 선수단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클린스만 본인부터가 지도자 경력 내내 잦은 외유와 불성실한 근무태만으로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다. 탁구게이트나 카드게이트 모두 클린스만이 국내에 상주하던 선수단 관리라는 대표팀 감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아시안컵에 방송 중계를 위하여 참여하며 대표팀의 현장 분위기를 지켜본 박주호 전 국가대표팀 tvN 축구 해설위원은, 한 방송에서 "클린스만이 좋게 말하면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했고, 나쁘게 말하면 '알아서 해라'였다. 선수들도 불안해할 정도로 자유가 과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고참들이 규율을 알아서 정해야 할 정도였다"는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한 명의 감독이 대표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선수 장악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였던 거스 히딩크나 허정무, 파울루 벤투 같은 감독들 아래서는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설사 내부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내부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현재 무너진 축구대표팀의 기강과 분위기 수습에 대한 책임은 일단 황선홍 감독의 몫으로 넘겨졌다. 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오는 18일 고양에 소집되어 태국전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한다. 여기서 황 감독이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도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황선홍 감독은 어디까지나 3월 A매치에만 임기가 국한된 임시 감독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황선홍 감독이 대표팀 운영에 대한 원칙과 규율을 발표하고 이전과 다른 선수들을 발탁한다고 해도, 그게 다음 대표팀 소집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결국은 축구협회가 전면에 나서야한다. 협회는 그동안 불리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선수나 감독에게만 책임을 넘기고 뒷전에서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해명 역시 선수단 내분 사태에 대한 사실 인정, 카드게이트에 대한 변명 등 답하고 싶은 이슈에만 한정하여 지극히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오히려 클린스만 경질 과정과 후임 감독 인선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K리그 현직 감독 선임설과 번복' 등 오락가락하는 대처로 혼란만 부추겼다.

팬들이 현재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협회의 선수단 내분과 카드게이트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및 재발방지 대책이다. 이는 애초에 황선홍 감독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수단 내분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이강인이나 관련선수들을 징계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한다.

정식 감독 선임도 서둘러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연이은 논란 속에 정식 감독 선임 이슈는 은근슬쩍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의 선임으로 다소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굳이 6월까지 기다려야할 이유가 없다. 축구 팬들은 여전히 K리그 현직 감독 차출설이나 외국인 감독 선임설 등 분명하게 정리되지않는 협회의 방침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국내파이든 외국인 감독이든 경험과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를 영입하고 그에게 전권을 맡긴 뒤에야 축구대표팀의 둘러싼 모든 혼란에 대한 진정한 수습도 시작될 수 있다. 협회는 당장의 여론만 피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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