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 이끈 차상현 감독, GS칼텍스 떠난다

양형석 2024. 3.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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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5일 정규리그 종료 후 재계약 포기 발표, 8년 동향 마침표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1위로 올라섰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16, 25-18)으로 승리했다. 승점 79점으로 정규리그 일정을 마치며 1위로 올라선 흥국생명은 16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경기결과에 따라 정규리그 최종순위가 결정된다(28승8패).

흥국생명은 윌로우 존슨이 46.51%의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평소보다 공격빈도를 크게 줄인 김연경이 11득점, 레이나 토코쿠가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18승 18패 정규리그 4위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며 시즌을 마감한 GS칼텍스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한 가지 중요한 발표를 했다. 바로 지난 2016년부터 8년간 팀을 이끌었던 차상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차상현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8년 간 이끌었던 GS칼텍스의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 GS칼텍스 KIXX
 
우여곡절 많은 V리그 감독 자리

모든 프로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V리그 여자부 감독 역시 세상 모든 배구인들 중 단 7명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하지만 어렵게 오를 수 있는 위치인 만큼 성적에 대한 책임도 크게 짊어져야 하는 자리다. 실제로 차상현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GS칼텍스의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V리그 여자부에서 4년 이상 감독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이끌고 있는 김종민 감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시즌 아본단자 감독 체제로 정규리그를 무사히 마친 흥국생명은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감독문제를 큰 홍역을 치렀다.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스 해설위원)의 후임으로 부임한 권순찬 감독이 지난 시즌 도중 갑자기 경질된 흥국생명은 이영수 감독대행마저 한 경기 만에 사임하면서 '감독대행의 대행'이 팀을 이끄는 촌극이 벌어졌다. 통산 챔프전 4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구단이 보여줄 만한 행보가 아니었다.

이번 시즌 7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슈퍼리그 시절부터 김형실, 박삼용, 이성희, 서남원 감독(한국배구연맹 경기위원)이 길게는 10년 이상, 짧게는 4년 정도 팀을 이끌며 큰 잡음 없이 팀이 운영됐다. 하지만 2019-2020 시즌 도중 서남원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팀을 떠난 후 이영택 감독(IBK기업은행 알토스 수석코치)이 두 시즌 만에 물러났고 2022년4월 고희진 감독이 정관장의 9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19년12월 건강문제로 정관장을 떠났던 서남원 감독은 2021년 4월 기업은행 감독으로 부임하며 1년 4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2011년 11월 기업은행 부임 7개월 만에 조송화 세터와 김사니 코치의 무단이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재섭 단장과 함께 경질됐다. 기업은행 역시 서남원 감독이 물러난 후 두 명의 감독대행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2월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2021년 9월에 공식 창단해 아직 만으로 3년이 채 되지 않은 페퍼저축은행은 이미 3명의 감독이 물러나는 웃지 못할 풍파를 겪었다. 특히 작년 2월에 선임됐다가 6월에 사임한 아헨 킴 감독은 페퍼저축은행 소속으로 한 경기도 팀을 이끌어보지 못했다. 이렇게 팀 성적, 또는 외부변수들로 인해 언제 물러나게 될지 모르는 V리그 여자부에서 8년 동안 GS칼텍스를 이끈 차상현 감독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지도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지도자다.

FA 영입 하나 없이 GS 정상 이끈 감독

차상현 감독이 2016년 12월 이선구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했을 당시 GS칼텍스는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며 중·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6-2017 시즌에도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무르며 암흑기가 길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차상현 감독은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팀의 미래로 꼽히던 '쏘쏘자매' 이소영(정관장)과 강소휘를 중심으로 팀을 빠르게 재편하기 시작했다.

차상현 감독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팀의 간판선수였던 한송이(정관장)를 트레이드카드로 활용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17년에는 현대건설로 이적한 황민경(기업은행)의 보상선수로 한유미를 지명해 곧바로 미들블로커 김유리(이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와의 트레이드로 중앙을 보강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차상현 감독은 FA시장에서 거물선수를 영입하진 못했지만 적절한 리빌딩을 통해 조금씩 팀 전력을 강화시켰다.

외국인 선수 지명에서도 차상현 감독의 과감한 시도는 단연 돋보였다. 2017-2018 시즌에는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아프리카(세네갈) 출신 파토우 듀크를 지명해 강소휘와 쌍포로 활약하게 했고 2019-2020 시즌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206cm의 역대 최장신 메레타 러츠를 선택했다. 러츠는 GS칼텍스에서 두 시즌 동안 맹활약했고 2020-2021 시즌에는 GS칼텍스의 '트레블'을 이끌며 이소영과 챔프전 MVP를 공동수상했다.

주전세터와 백업세터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던 V리그에서 두 명의 세터를 비슷한 비중으로 활용했던 최초의 지도자 역시 차상현 감독이었다. 차상현 감독은 이고은 세터(페퍼저축은행)와 안혜진 세터를 적절히 활용하며 팀 내 세터들의 자연스런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차상현 감독은 이고은 세터 이적 후에도 안혜진 세터와 이원정 세터(흥국생명), 그리고 김지원 세터로 이어지는 다양한 세터활용을 통해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2020-2021 시즌 정점을 찍은 GS칼텍스는 최근 두 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고 결국 그 책임은 감독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상현 감독은 8년 동안 여러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GS칼텍스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비록 지금은 다소 초라하게 팀을 떠나지만 여전히 만 49세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인 만큼 차상현 감독이 차분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린다면 다시 프로구단을 맡을 기회도 얼마든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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