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의 쉼터’ 전락한 檢 중경단, 쇄신 가능할까…"패배의식 떨쳐내야"
창원지검 소속 박모 부장검사는 지난달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맡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게 법무부의 징계 사유였다. 지난해 1~4월 박 부장검사에게 배당된 사건 중 처리된 건 2건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모두 불기소 처분이었다. 배당받은 사건 중 일부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도 있었다.
창원지검의 김모 검사도 직무 태만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다. 그는 2020년 8월부터 1년 3개월간 수시로 지각을 하는가 하면 업무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무단으로 퇴근을 반복했다. 몇 차례의 구두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각을 일삼는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선후배들이 못 참고 나섰다. 결국 법무부는 김 검사를 징계위에 회부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유배지·한직·좌천 평가 중경단, 쇄신책은
2014년 출범한 중경단은 현재 18개 지방검찰청에서 운용 중이다. 후배 기수를 위해 용퇴하는 검찰 특유의 인사 문화가 희석되면서 고참검사들이 조직 내에 쌓여가자 차라리 이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설치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기 정권 기조에 맞지 않는 검사들과 승진이 누락된 고위 간부들이 가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중경단은 유배지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2022년 6월 당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에서 광주지검 중경단으로 전보된 박은정 전 검사가 대표적 사례다. 박 전 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당할 때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재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임은정 검사 역시 2022년 5월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서 대구지검 중경단으로 전보됐다. 검찰 내부에선 이같은 인사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좌천성 발령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물론 임 검사의 경우 단순히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을 떠나 앞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되는 등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중경단 발령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었다.
업무 범위 넓히고 업무량 늘리고
최근에는 중경단 소속 검사들의 업무량을 늘리는 2~3가지 선택지를 담은 개편안 공문을 각 지방검찰청에 보내기도 했다. 수사 실무를 맡는 일선 검사들의 사건 처리량을 고려하되 중경단 소속 검사들 대부분이 15년 차 이상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현실적 절충점을 찾기 위해 각 검찰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다만 어떤 형태든 향후 중경단 검사들에 대한 배당량과 검토해야 하는 사건 기록의 총량 자체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중경단 소속 검사들은 전원이 중견급 이상 검사들로 이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주면 사건 적체 등 검찰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중경단 쇄신은 난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단기에 큰 변화를 추진하기보단 느리더라도 꾸준히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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