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안경·릴랙스드 퍼포먼스까지…장애인 문화 장벽 허무는 공연계

박정선 2024. 3. 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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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의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겉핥기식 시스템이 많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는 문화 장벽을 허물기 위한 건강한 비판이었고,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더 실효성 장애인 편의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비Bea'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자막 안경(아울)' 대여를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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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의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겉핥기식 시스템이 많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는 문화 장벽을 허물기 위한 건강한 비판이었고,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더 실효성 장애인 편의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열린 객석'으로 운영되는 연극 '스카팽'(사진은 2022년 공연) ⓒ국립극단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비Bea’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자막 안경(아울)’ 대여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안경으로, 접근성 해설 및 번역 해설을 자막으로 제공, 공연 및 영화 등 문화콘텐츠 특성에 맞는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한다. 배우들의 대사에 맞춰 자막을 오퍼레이팅하는 방식으로 안경을 통해 공연과 자막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장애 및 국적으로 문화 접근이 어려운 관객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다.

기존에는 무대의 양 끝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자막을 제공하거나, 수어 해설자를 두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선이 분산됨으로써 무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거나, 타 관람객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터다. 폐쇄형 기기인 스마트 안경으로 맞춤형 자막을 제공함으로써 공연을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제작사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석재원 대표는 “본 서비스는 민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비Bea’에서 만큼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시범 운영을 결정했다. 첫 시도에 많은 관심 바란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공연장 자체적으로 장애인 관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LG아트센터는 시각장애인이 미리 요청할 경우 전담 안내원을 지정해 지하철역 개찰구에서부터 공연장까지 안내할 수 있도록 했고, 요청이 있을 경우 객석 이동이나, 화장실 이용 등도 도와주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배리어프리 회차의 경우 장애인 관객에게 선예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에겐 이메일 예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 공연도 주목을 끌고 있다.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자폐나 발달 장애인, 노약자나 어린이 등 감각 자극에 민감하거나 경직된 여건에서 공연 관람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극장 환경을 조절한 공연을 의미한다.

국립극단은 내달 12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릴랙스드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연극 ‘스카팽’을 공연한다. 공연 중간에도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고, 관객이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이더라도 제지를 최소화한다. 조명이 주는 자극을 줄이려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며 관객은 애착 인형을 소지하고 입장할 수 있다. 극장 로비에서는 대본과 시각화된 공연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무대 모형과 음성 가이드를 비치해 극의 내용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관객을 돕는다.

국립극단은 문화 장벽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고, 이를 통해 장애인 관객수 확대를 이끌었다. 국립극단의 전체 관객 대비 장애인 관객은 2019년 0.54%, 2020년 0.51%, 2021년 0.73%로 증가했고 2022년 상반기에는 1.55%까지 코로나19로 공연 환경이 어려웠을 당시를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해를 거듭하면서 수어 통역, 공연해설 오디오, 공연해설 자막을 시작으로 이동지원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배리어프리 공연 접근성 강화 매뉴얼 제작으로 장애인 관객 지원방안을 구체화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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