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가지만…투자자예탁금 4조원 '행방 묘연'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기성 자금이 크게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초강세를 보인 반면 주식 시장은 답보 상태에 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3조4천824억원으로 지난 4일(57조8천852억원)과 비교하면 열흘 사이에 4조4천억원 이상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전날 기준으로 1주일 새 2천7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했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 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라 투자자가 언제든 환매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힌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증시 대기성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처음 7만 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고점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7만3천797.97달러(한화 약 9천820만원)까지 올라 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 14일 1년 11개월 만에 2,700선을 넘어서긴 했지만 다음날 외국인의 매도세에 다시 2,660대로 주저앉았다. 전날(15일) 코스피 종가는 직전일보다 1.91% 내린 2,666.84였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내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경계심이 커진 게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됐다.

국내 증시에서 '밸류업 열풍' 기대도 한풀 꺾여 모멘텀 공백 상태라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주일 새 5천700억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3천억원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였음에도 오는 6월에는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커 국내·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각각 1천200억원씩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