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 만든 김태형 감독, 롯데도 살릴까

양형석 2024. 3.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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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④] 부산야구 부활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

[양형석 기자]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시범경기. 관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24.3.10
ⓒ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는 고 노태우 전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롯데와 함께 30년 가까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던 LG 트윈스가 작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는 KBO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팀이 됐다. 더욱 슬픈 사실은 롯데의 최근 성적 또한 부산 야구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시즌은 이대호가 국내에 복귀하고 손승락(KIA 타이거즈 2군 감독)이 커리어 마지막 세이브왕에 올랐던 2017년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2018년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NC다이노스와 kt위즈가 2020, 2021년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열광적인 야구팬을 보유한 롯데에게는 대단히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에서 10개 구단 중 7위로 시즌을 마친 롯데는 작년 10월 두산 베어스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2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롯데, 부산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는 것은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실력과 성적만 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2015년 감독 데뷔 시즌에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은 롯데에서도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투수] 안정된 선발 트리오 속 나균안 리스크
 
 2024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롯데는 작년 팀 평균자책점 6위(4.15)를 기록했지만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위(3.83)로 매우 우수했다. KBO리그 2년째를 맞는 좌완 찰리 반즈와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도합 324.1이닝을 책임지며 20승을 합작했고 7월 말에 합류한 애런 윌커슨도 13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2.2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7위에 그쳤던 롯데가 선발 트로이카 만큼은 그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반즈와 총액 135만 달러, 윌커슨과 9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반즈가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성적, 윌커슨도 롯데 합류 후 선보인 구위와 안정감을 유지한다면 롯데는 올 시즌 강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2022년 10월 롯데와 5년 90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을 때까지 병역의무를 해결하지 못했던 박세웅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올해는 홀가분하게 롯데의 부활에만 올인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진에 큰 악재가 생겼다. 바로 지난 2월말 나균안이 배우자 폭행 및 불륜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올해도 팀의 4선발로 낙점된 나균안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르지 못하면 롯데의 4, 5선발 무게감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롯데의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을 지난 9일 SSG랜더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정상적으로 등판 시켰다.

작년 2.97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30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김원중을 중심으로 구승민과 최준용, 김상수 등으로 구성된 롯데의 필승조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결코 약하지 않다. 올해도 불펜진의 보직과 순서가 확실히 정해진다면 롯데도 얼마든지 '지키는 야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필승조가 우완일색이라는 점이 롯데 불펜의 약점으로 꼽히는데 롯데로서는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베테랑 좌완 진해수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타선] 화끈한 득점지원이 필요한 거인군단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에서 롯데 레이예스가 솔로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롯데자이언츠
 
롯데가 강호로 군림하던 시절에는 항상 화끈한 타격이 큰 무기였다. 전준호와 이종운, 박정태, 김민호, 김응국으로 이어지는 '소총부대'가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던 1992년은 물론이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대에도 이대호와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타선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롯데는 팀 홈런 9위(69개), 팀 득점 6위(653점)에 그치면서 팬들을 열광시키고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작년 잭 렉스와 니코 구드럼이 4홈런 58타점을 합작하는 데 그친 롯데는 작년 12월 베네수엘라 출신의 스위치 히터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를 총액 95만 달러에 영입했다. 빅리그 5년 경력의 레이예스는 빅리그 통산 타율 .264의 준수한 성적에 작년 트리플A 무대에서 타율 .279 140안타 20홈런 83타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타격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다. KBO리그 적응만 빨리 된다면 롯데의 중심타선 한 자리를 맡을 확률이 높다.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내외야의 간판선수인 안치홍(한화 이글스)과 전준우가 동시에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롯데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와 4년 총액 47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지만 안치홍의 한화이적은 끝내 막지 못했다. 안치홍이 떠나면서 2루 자리에 구멍이 생긴 롯데는 박승욱과 오선진, 최항 등이 주전 자리를 다투다가 지난 1월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이 합류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롯데는 강민호 이적 후 길었던 안방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4년 8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금강불괴 포수' 유강남을 영입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이적 첫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261 10홈런 55타점으로 '80억 포수'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는 유강남이 주춤하는 사이 백업포수 정보근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구단이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손성빈도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해 유강남도 풀타임 주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주목할 선수] 잠재력 폭발 기다리는 군필 유망주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가끔씩 특정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루머 때문에 지명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 덕수고 시절부터 거포 내야수로 큰 주목을 받았던 나승엽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면서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까지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1차 지명에서 포수 유망주 손성빈, 2차 1라운드로 강릉고 좌완 김진욱, 2차 2라운드로 고교 최고의 타자 나승엽을 모두 지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롯데는 나승엽에게 5억 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나승엽은 루키 시즌 1군에서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204 2홈런 10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나승엽은 2022년 5월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입단동기 손성빈과 함께 상무야구단에 입대했다. 2022년 퓨처스리그 82경기에 출전한 나승엽은 타율 .300 7홈런 64타점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84경기에서 타율 .312 5홈런 57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작년 11월 전역한 나승엽은 11월 중순 만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출전했고 APBC 대회가 끝난 후에는 곧바로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나승엽은 고교시절 주로 3루수로 활약했지만 롯데의 김태형 신임 감독은 나승엽의 타격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승엽을 1루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팀의 상징이었던 이대호가 은퇴한 후 확실한 주전 1루수를 구하지 못한 롯데는 작년 고승민과 정훈, 안치홍 등이 돌아가면서 1루수로 활약했지만 누구도 롯데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만 22세의 '군필 내야수' 나승엽이 올 시즌 거인군단의 주전 1루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는 한동안 1루수 문제로 머리 아플 일이 없을 것이다. 롯데 팬들과 김태형 감독이 한 마음으로 올 시즌 나승엽의 잠재력 폭발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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