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비싸서" 짜장라면 매출 21% 급등…생선 반마리만 산다
직장인 배모(34)씨는 요즘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털어먹으며 버티는 ‘냉털’에 빠졌다. 먹거리 물가가 급등해 외식을 줄이면서다. 배씨는 “장을 볼 때도 가성비를 최대한 따지게 된다”며 “마라 맛 라면으로 마라샹궈 싸게 만들어 먹기, 저렴한 파지 베이컨을 얼려서 한 달 버티기 등 식비를 줄일 방법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자의 식비 절약 꿀팁 공유가 활발하다.
식재료 가격과 외식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알뜰하게 집밥을 해 먹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짜장면 대신 짜장라면을 먹고, 생선도 반 마리만 사는 ‘짠물 소비’가 확산하는 추세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식재료만 사는 ‘편장족’(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도 뜬다.
1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외식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지난달 서울 지역 짜장면 평균 가격은 7069원으로 2022년 2월(5769원)보다 2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계탕(1만4500원→1만6846원)은 16.2%, 비빔밥(9308원→1만769원)은 15.7%, 냉면(9962원→1만1462원)은 15.1%, 삼겹살 200g(1만7159원→1만9514원)은 13.7% 올랐다.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든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3.1%)보다 0.7% 포인트 높았다.
소비자들은 대체품 찾기에 분주하다. 이마트에서 올해 들어 짜장라면과 짬뽕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21%, 26.6% 증가했다. 중식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데,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서며 부담이 커지자 저렴한 라면 제품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짜장·짬뽕라면은 마트에서 개당 1000원 수준으로 살 수 있다. 이마트가 올 1월 출시한 ‘피코크 쟁반짜장 밀키트’도 누적 3만 개가량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파·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뛰면서 간편 양념 제품도 인기다. 다양한 채소를 활용해 양념이나 육수를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SSG닷컴에서는 이달 들어 찌개 양념 매출이 지난달보다 약 4배 증가했다. 한 끼 분량으로 포장된 해물모듬팩 매출도 80% 늘었다. 1~2인 가구가 즐겨 찾는 슈퍼에선 소용량 상품이 잘 나간다. 장 보는 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는 최근 3개월간 연어·고등어 등 생선 반 마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46% 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소용량 채소나 소용량 수입 소고기도 잘 팔린다”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최대한 낭비를 줄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포장 신선식품 수요가 커지면서 편의점도 ‘장보기 플랫폼’을 노린다. 지난해 CU의 식재료 매출은 전년 대비 24.2% 증가했다. CU는 목살·삼겹살 같은 소포장 정육과 갈치·고등어 등 수산물도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신선식품 매출이 15% 늘었다며, 이달 식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달걀·콩나물·두부를 최대 20% 할인하고, 비비고 만두(2봉지에 8000원)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GS25는 ‘신선 강화형 매장’을 지난해 253개에서 올해 1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선식품을 비롯해 조미료, 통조림, 즉석식품, 냉장식품 등 장보기 관련 상품을 일반 점포보다 500여 종 더 갖춘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 장기화 영향으로 ‘편장족’이 트렌드가 되자 편의점들이 앞다퉈 신선식품 구색을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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