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밑바닥서부터 다시 시작"…'광진을' 오신환, '동네 한 바퀴'
吳 "진심으로 다가가면 안 될 건 없다고 믿고 있다"
지역 행보에…광진 주민들도 "자주 보인다" 호평
'민주당 강세 풀어내기' 숙제…일부는 "공약 볼것"
"이 동네(광진)가 좁아보여도 생각보다 커요. 오신환(후보)은 여길 세 번이나 왔다 갔어요.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더 본 사람한테 마음이 더 가지 않겠습니까."
자양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50대 중반 남성 박모씨는 4·10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는 '서울 광진을 선거 판세'에 대한 질문에 오신환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두 장이나 보여주면서 이렇게 답했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구의3동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후반 남성 김모씨는 같은 질문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치든 외교든 전부 일방적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오신환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 같은 건 없지만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에는 힘을 실어주기가 싫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일반 걸음으로 10분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동네에서 민심이 확연히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22대 총선에서 광진을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는 예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험지'를 뚫어야 한다. 오 후보는 지난 2015년 상반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당시 오 후보는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붙어 43.89%(3만3913표)를 획득해 당선되면서 27년만에 관악을에 보수당이 당선되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도 오 후보는 정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다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험지를 찾아다니는 사나이' 오 후보는 광진을에서 두 번째 기적을 쓰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오 후보가 역명을 '자양역'으로 바꾼 구(舊) 뚝섬유원지역이 15일 선거운동의 출발지였다. 오 후보는 다른 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대형 밴이나 검은색 세단이 아닌 소형차를 애용했다. 기동력이 좋고 주차가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서다.
그런 오 후보가 소형차에 몸을 싣고 곧장 이동한 곳은 자양동에 위치한 서울 광진 유소년 축구단 교실이었다. 이날 광진구 축구 꿈나무들이 충북 제천으로 원정경기를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런 오 후보를 보자마자 "오! 국회의원이다"라거나 "저기(구의사거리)에서 본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이에 오 후보는 3월이지만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마중하러 나온 학부모와 경기를 위해 나서는 아이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오 후보는 광진을 내 직능단체들과의 만나며 선거 운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 처음 광진으로 온 만큼 지역 내 조직과 주민들께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오 후보는 한 번 피곤한 내색도 없이 "제가 오신환입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정말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양1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임모씨는 "평소에 돌아다니는 거리가 많지 않은데 벌써 오신환이(후보)를 몇 번 봤다. 그만큼 열심히 하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오 후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건대입구역이 위치한 화양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후반 여성 김모씨도 "선거 때마다 후보가 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오신환(후보)처럼 자주 오는 사람은 잘 못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가 넘어갈 때쯤인 오후 3시께 오 후보의 발길은 자양동에 위치한 노룬산골목시장을 향했다. 금요일 오후를 맞아 주말 찬거리를 사러온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다. 오 후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장 초입에 있는 한 잡화점 가게를 찾았다. 가게 주인은 오 후보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것처럼 반갑게 맞아줬고, 오 후보 역시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 후보가 얼마나 지역을 자주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 '36년을 기다렸다! 진짜 일꾼 오신환'이라는 글귀가 쓰인 피켓을 목에 건 오 후보는 마치 '단 한 명의 주민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연신 인사를 건넸다. 노룬산시장은 건국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만큼 어르신은 물론이고 근처에 자취를 하는 학생들도 자주 찾는 만큼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연령대도 다양했다. 오 후보는 시장을 드나드는 어르신뿐 아니라 길 건너편에서 지나가는 대학생들을 향해서도 "한 번 믿어달라"고 크게 인사했다.
오 후보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관악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진심으로 다가가면 안 될 건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그는 노룬산시장을 시작으로 주변 일대를 샅샅이 돌며 주민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현재 광진을의 선거 판세는 박빙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10일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광진을 후보 간 가상대결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민정 후보가 40%로 33%의 오신환 후보에게 7%p 앞섰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역주민들은 오 후보와 고 후보 역시 '인지도'는 충분한 만큼 공약에서의 차이점을 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노룬산시장에서 건대입구 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20대 초반 건대 재학생인 김모씨는 "고민정(후보), 오신환(후보) 다 안다. 유명한 분들 아니냐"라며 "개인적으로 정치 색채는 없는데 지금뿐만 아니라 졸업 후 생활에도 도움되는 얘기를 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의3동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건물주라고 밝힌 50대 후반 남성 이모씨는 "건물을 물려받아서 갖고 있는데 임대차법이니 이런 것 때문에 피해가 막심했다"며 "무작정 뭔가를 약속하는 사람보다 건물을 갖고 있다 해서 어려움을 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을 피해서 찍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 후보는 현재 서울과 광진구의 행정을 맡고 있는 오세훈 시장, 김경호 광진구청장과 소통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출마선언에서도 "새로운 광진을 위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통령·서울시장·광진구청장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바꿔서 모처럼 맞이한 광진 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달라"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36년 간 민주당 의원을 배출해온 광진을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의원과 서울시장 출신 오세훈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으면서 화제의 지역구로 떠올랐다. 당시엔 고 의원이 오 후보에게 2746표(2.55%p)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2022년 대통령선거·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더 강해지면서 유권자 성향의 변화가 두드러진 상황이다.
실제로 2022년 3월 열린 대선에서 광진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재명 민주당 후보(10만9922표·47.19%)보다 3811표(1.64%p) 많은 11만3733표(48.82%)를 던졌다. 같은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9만734표(58.31%)를 얻어, 송영길 전 대표(6만2217표·39.98%)를 2만8517표(18.33%p) 차로 제쳤다. 김 광진구청장 역시 7만9404표(51.20%)를 얻어 7만5657표(48.79%)를 얻은 김선갑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12년 만에 구청장 자리를 탈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한 민주당을 향한 지지세는 오 후보가 극복해야할 지점으로 분석된다. 구의3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정모씨는 "민주당이 잘하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이렇게 평일 시간에 뉴스를 보면 국민의힘에서 무슨 발언 논란이니 이런게 나오지 않나. 그런 걸 보면 정이 딱 떨어진다"며 "여기는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얘기가 많다. 손님들도 대부분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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