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 투자했더니 10배 대박, 오타니 책도 쓴 SBS PD
국내 유일 네이버 오타니 팬카페 운영
"인류 역사상 흔치 않은 기록을 남기는 오타니의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주고 싶다. 이게 사실 역사가들이 하는 일인데 약간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의 열혈팬 이재익 SBS 라디오 PD는 '2024 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재익 PD는 국내 유일의 네이버 오타니 팬카페 '쇼타임 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2022년 10월 개설한 팬카페의 회원 수는 15일 기준 529명. 올해 들어 약 200명 늘었다. 이 PD는 "카페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며 "서울시리즈 경기가 열릴 때는 600명을 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MLB 서울시리즈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경기로 오는 20~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파드리스에는 한국 선수 김하성과 고우석이 있다. 이 PD는 몸은 다저스 쪽 응원석에 있지만 김하성과 고우석을 오타니와 똑같이 응원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서로 상대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오타니를 응원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익 PD의 말대로 오타니는 야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전설 장훈 씨를 비롯해 모든 야구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투타 겸업을 보란 듯이 해내면서 이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다.
오타니는 2018년 MLB에 진출해 첫해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그야말로 야구 종주국 미국을 폭격했다.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수에 선정됐다. MLB 역사상 최초로 MVP 투표에서 두 차례 만장일치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재익 PD는 영광만 있었던 건 아니고 부상도 슬럼프도 있었다고 했다. "한참 뛰어야 할 2019년과 2022년 두 시즌을 부상과 슬럼프로 굉장히 안 좋게 보냈다. 그런 역경을 극복한 삶 자체가 경이롭다."
이 PD는 오타니가 대단한 애국심의 소유자이면서도 한국과 중국 등 주변 아시아국을 존중하는 태도에도 경의를 표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야구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7전 전승으로 역대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타니는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대회 MVP에 올랐다.
"오타니는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일본 대표팀에 진심으로 임한다. 조국 일본을 정말 좋아해서 대표팀에서 엄청 열심히 한다. 그런 애국심을 보이면서도 우리나라나 중국 등 아시아권 나라들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는다. MVP 수상 소감 인터뷰를 하면서 콕 집어서 우리나라 얘기를 했다. 한국 야구도 정말 훌륭하다며 언제든 한국이 WBC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도 굳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 사진을 올려 한국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전율을 느낀다."
오타니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만 뛸 예정이다. 이 PD는 마운드에 선 오타니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보다는 타자에 집중했을 때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2019년에 타자에만 집중한 시즌이 있긴 한데 그때는 지금처럼 기량이 좋을 때가 아니었다. 사실상 오타니가 처음으로 타자에 집중하는 시즌인데 어떤 성적을 낼 지 궁금하다. 지난해 9월 수술을 받아서 올해가 리캡(Rehabㆍ재활) 시즌인데,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타자들이 시즌 초반에 감이 잘 안 올라오기 때문에 약간 걱정은 되는데 타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래도 성적이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 올해 내셔널리그에서도 홈런왕에 오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오타니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44개)이었다. 이 PD는 올해 오타니의 홈런 개수를 48~49개로 예상했다.
SBS 라디오 PD로 '컬투쇼' '씨네타운' 등을 연출한 이재익 PD는 시사특공대, SBS 정치쇼 등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에도 능하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7년 월간 '문학사상' 한국장편소설상을 받아 소설가로 등단했고 영화 '질주(1999)' '목포는 항구다(2004)' '원더풀 라디오(2012)'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타니에 대한 팬심을 담아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도도서가)'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오타니가 포르쉐를 탄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른 재산을 팔아 자동차를 오타니와 같은 차종으로 바꿨다. 그는 그 외에도 오타니가 표지 모델을 한 잡지, 야구 카드, 야구공, 유니폼 등 오타니 관련 물품을 300~400점 정도 수집했다고 밝혔다. MLB 야구카드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1914년 베이브 루스의 야구카트가 지난해 12월 한 경매에서 낙찰가 720만달러에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재익 PD가 몇 십만원을 주고 산 카드 중에서도 현재 가격이 열 배가 넘게 오른 카드가 있다.
오타니를 알기 전까지 야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이 PD는 '포르쉐를 타다, 오타니처럼'의 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잠들기 전에 오타니 영상을 보는 행위는 그를 숭배하는 의식이자 양치질 같은 습관 혹은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오타니를 알면서 야구에서 몰입을 경험했고 그런 몰입이 다른 힘든 일을 극복하는 힘이 돼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이재익 PD는 팬카페 회원 100여명과 서울시 리즈 두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시리즈 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오타니의 사인을 받기 위해 그의 동선을 쫓아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 단 한 순간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전하겠다고 했다. "당신은 내 인생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좋은 쪽으로. 감사합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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