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 서울의대 합격"…또 다른 대입 루트 '軍수생'

임성빈 2024. 3.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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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022년 11월 17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원통고등학교에 군장병 응시생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 인제군

비수도권 사립대에서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중인 한모(21) 상병은 올해 다시 수능 시험을 볼 예정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 목표다. 부대 독서실은 매일 저녁 대부분의 좌석이 찰 정도로 공부하는 장병이 많다. 한 상병은 부족한 공부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취침 시각인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공부 연등’을 신청하고 있다. 한 상병은 “상위권 대학을 다니던 선임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수도 있어 좋고, 맡은 업무만 잘하면 공부하는 것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맞물려 서울대에서도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군수(軍+N수)’가 또 다른 대입 루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아들이 서울에 있는 의대에 들어갔다”는 ‘군수 성공담’이 인기를 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자 가운데 N수생 등 졸업생은 전체의 35.3%로 28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최근 서울대에선 입학 첫 주에 신입생 119명이 휴학을 신청하면서 의대 진학에 도전하기 위한 휴학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입시업계에선 이처럼 N수생 비중이 늘어나며 군수생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뒤 군대에 가서 다시 수능 준비를 하는 반수의 형태, 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군대에 먼저 간 뒤 수능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 대학 합격증을 받는 새내기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험생은 군 생활 중에 군수에 성공할 경우 전역 후에도 다른 N수생보다 그리 늦지 않은 시점에 다시 대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군수의 장점으로 꼽는다. 대학을 등록해 놓고 군수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학생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군 복무를 일찍 마쳤다는 강점을 갖는다.

과거와 달리 군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병사도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사용해 인터넷 강의(인강)를 들을 수 있다. 개인 정비 시간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 평일에는 5~6시간, 주말에는 10시간까지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공군에 복무했던 아들이 올해 서울에 있는 의대에 들어갔다는 한 부모는 “부대에 독서실이 있고 동영상 강의는 휴대전화가 될 때 다운로드 받았다가 자기 전까지 태블릿PC로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부대 분위기에 대해서도 “대학이 아니더라도 자격증이나 운동 등 다들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병사 월급이 오르며 교재비 등 비용 부담도 줄고 있다. 올해 이등병 봉급은 지난해보다 4만원 오른 64만원, 병장은 25만원 인상된 125만원이다. 군은 또 병사 1인당 연간 12만원 안에서 도서 구매비·강좌 수강료·학습용품비 등을 지원한다. 한 상병은 “월급 중 적금을 들고 남는 돈 대부분은 인강을 듣기 위해서 패스(수강권)을 결제하거나 교재를 사는 데 쓴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재수학원 종합반에 간다면 월 200만원가량의 학원비가 필요하다.

입시업계도 군수가 대입의 주요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학원의 독학 재수반처럼 군에서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3수·4수생의 경우 재수학원에 남아있는 것보다 군대에서 자습하는 게 심리적으로 낫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등 대학 이동에 대해 수험생이 느끼는 압박이 점점 커지면서 수능에 맞춰 휴가를 나오는 장병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실제 2019학년도 수능에선 공군에 복무 중이던 김형태 당시 일병이 만점을 받았다. 취사병(급양병)이었던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공군에 입대한 후 주변의 동기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수능 재도전이라는 목표의식이 생겼다”며 “급양병 근무를 하면서 공부하느라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선·후임들의 격려 덕분에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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