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 대전 트램, 사업비 4년 새 7492억→1.5조 2배로 [예타면제·선거공약 악순환]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당시인 4년 전보다 사업비가 2배 정도 늘었다.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다 보니 건설과정에서 교통체증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 추진하는 세계 최장 트램(노면 전차·38.8㎞)이야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도시철도 2호선’(트램) 건설 총 사업비가 1조4782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협의와 11개월간 진행한 KDI(한국개발연구원)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거친 결과다. 트램 사업비는 2020년 기본계획 승인 당시 7492억원이었다.
대전시가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처음 추진한 건 1996년이다. 이 사업은 2012년 12월엔 예비타당성을 통과했다. 자기부상열차 방식으로 건설하기로 하고 사업비는 1조3717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자기부상열차 방식을 착공을 눈앞에 둔 상태였다. 그런데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2014년 당선된 권선택 시장은 자기부상열차에서 노면전차(트램)로 바꿨다. 당시 권 시장은 선거 때 트램 건설을 공약했다. 이후 한동안 도시철도2호선 건설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트램 방식이 생소한 데다 모든 사업 추진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외 트램 시설 견학한다며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2019년 대전 트램 '예타면제' 결정
이런 가운데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대전도시철도 2호선 사업 예타를 면제했다. 제21대 총선을 1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예상 사업비는 약 7000억원이었다. 그러자 “트램 사업이 균형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말이 나왔다. 대전에 현안이 많은데 트램을 꼭 예타면제 카드로 써야 하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건설 방식을 놓고도 갈팡질팡했다. 세계 최장 트램을 움직일만한 기술력이 부족한 게 원인이었다. 허태정 전 시장 시절인 2021년 2월엔 ‘3분의 1 가선(架線)’에서 같은 해 10월엔 ‘전 구간 무가선’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후 다시 ‘유·무가선 혼용’으로 수정됐다가 2022년 7월 이장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전 구간 무가선 방식’으로 또다시 바뀌었다. 트램 급전방식은 결국 친환경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사이 허태정 전 시장이 약속했던 ‘2022년 상반기 착공, 2027년 개통’은 헛구호가 됐다.
건설 과정에서 예상되는 극심한 교통체증 등 문제도 거론된다. 트램이 적어도 기존 차선 3개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교통 체증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트램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기본계획 승인 28년 만에 착공, 2028년 개통
대전시는 기본계획 변경과 차량 발주 등에 필요한 사전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기본설계 이후 진행하는 실시설계는 오는 4월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오는 9월쯤 착공할 전망이다. 1996년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을 승인한 지 28년 만이다.
대전트램 평균 속도는 시속 22.06㎞로 버스보다 약간 느리다. 전 구간에 45개 정거장과 차량기지 1곳이 설치될 예정이다. 시는 정거장(45곳)에 지역 역사성과 이야깃거리를 담아 특색있게 만들기로 했다. KDI는 트램이 추진되면 생산유발 효과 2조452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9780억원, 취업 유발효과 1만6145억원 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예산협의 과정에서 타당성 재조사 논의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중앙정부가) 우리 요구를 수용했다”며 “지체된 도시철도 2호선 사업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예타 면제가 대부분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제성만 따지다 보면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지방에선 지하철(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추가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 "선거 때마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1~2년마다 치러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했다”며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무분별한 사업추진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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