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 코오롱ENP…"무슨 회사지?" 기업들, 사명교체 바람

최현주 2024. 3.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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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은 기업들이 ‘이름 바꾸기’에 나섰다. 회사의 이름인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것은 새 이름이다. 대부분 상징적인 단어나 영어 이니셜(첫글자)을 활용해 해당 기업의 주력 사업을 알아보기 어렵다.

코오롱플라스틱이 코오롱ENP로 사명을 바꾼다. 코오롱플라스틱


지난 14일 코오롱플라스틱은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사명 변경이 포함된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29일 열리는 주총에서 안건이 승인되면 코오롱플라스틱은 ‘코오롱ENP’로 이름이 바뀐다.

앞서 13일 롯데정보통신도 오는 21일 열릴 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하겠다고 공시했다. 새로운 이름은 ‘혁신하다’는 뜻의 Innovate를 활용한 ‘롯데이노베이트’다. 1996년 창사 이후 28년 만에 개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오는 21일 열릴 주총에서 ‘삼성E&A’로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 주요 이유는 이미지 변신이다. 대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필립모리스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였던 필립모리스는 2002년 ‘알트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라틴어로 ‘높다’는 의미를 담은 Altus에서 따왔다. 당시 세계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면서 담배‧술 등이 비난받던 시기다.

기존 주력 사업에 갇히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새 이름에 담기도 한다. 2021년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고 5년 후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며 사명을 바꿨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E&A로 사명을 바꾼다. 삼성엔지니어링


코오롱플라스틱의 새 이름인 코오롱ENP는 Empowering(힘을 싣다), New(새로운), Possibility(가능성)의 약자다. 현재 사명인 ‘플라스틱’에 내포된 한계를 넘어 미래첨단소재기업의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고도화된 첨단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생산 중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일상 생활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산업용 소재로 쓰이며 금속을 대체한다”며 “사명에 친환경 기술을 통해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이노베이트로 이름이 바뀌는 롯데정보통신도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그룹 내 전산 업무 담당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메타버스·자율주행 같은 첨단기술을 통한 혁신을 꾀한다는 의미로 ‘혁신하다’는 뜻의 Innovate를 사명에 넣었다. 실제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미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주총에서 롯데정보통신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미래형 자율주행 셔틀‧전기차 충전 플랫폼 체험 전시관을 조성했다.

롯데이노베이트로 이름을 바꾸는 롯데정보통신의 신사업인 자율주행차. 롯데정보통신


삼성엔지니어링의 새 이름인 삼성E&A에도 미래 사업이 담겼다. E는 Engineers(엔지니어), Energy(에너지), Environment(환경), Enabler(조력자)의 앞글자다. A는 Ahead(앞선)를 뜻한다. 엔지니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환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새로운 사명을 계기로 회사의 미래 준비 작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신규 사업은 기술 기반으로 빠르게 기회를 선점해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사명 변경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꾀할 수 있지만, 수십년 간 쌓은 인지도를 포기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주력 사업을 알 수 없는 이니셜이나 상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잇따른 사명 변경은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회복,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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