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대안 나왔다..."의과학과 신설∙한의대 정원 활용"
의대 증원 두고 전공의가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됐다. 전공의의 90% 이상이 복귀하지 않고 있어 대형병원 의료진의 피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진료 현장을 이탈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보건의료분야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전문가가 '2000명 증원'의 대안을 내놨다. 박은철(62)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과학과·한의대 정원을 활용하면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2000명을 늘리지는 않지만 그만한 효과를 내는 우회로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보건바이오의료분과 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자문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지역필수의료혁신TF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2040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데, 한꺼번에 65% 확대하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족한 의사 수, 의학 교육의 질적 수준, 유사한 직종인 한의사 수급 상황,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의사 과학자 양성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 정원을 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Q : 40개 의과대학의 정원을 어떻게 늘려야 하나.
A : 정원 규모와 소재지에 따라 다르게 늘려야 한다. 정원이 50명 미만인 대학이 17개이다. 비수도권의 13개 대학은 지금 정원보다 60% 늘린다. 이렇게 하면 350명 증가한다. 수도권 4개 대학은 50% 늘린다. 그러면 80명 늘어난다.
Q : 정원이 50명 이상인 대학은 어떻게 하나.
A : 23개 대학이 있다. 비수도권의 15개 대학은 지금보다 30% 늘린다. 그러면 447명이 늘어난다. 수도권 8개 대학은 20%만 늘리는데, 그러면 165명 증가한다. 이렇게 하면 40개 대학 정원이 1042명 늘어난다.
Q :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나.
A : 당장 늘려도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증원 규모를 잡았다. 2025학년도에 1042명을 늘려도 교육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 정원 50명 미만 대학은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A : 60% 넘게 늘면 교육에 무리가 생길 수도 있다.
박 교수는 "2026학년도에는 의과학과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한다. 학과 신설에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해 2026학년도 선발로 잡았다. 생명과학대·공대·의대가 있거나 의대가 없어도 생명과학대·공대가 우수한 대학을 중심으로 신설하자는 것이다. 목표는 의대·한의대 정원의 10%를 잡되 2026학년도에는 우선 4개 대학에 5%(각각 50명)의 의과학과를 신설하면 의대 정원 200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이달 초 교육부가 전국 의대에서 증원 규모 신청을 받았을 때 서울대 의대가 의과학과를 신설해 5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27학년도에는 4개 대학을 추가해 200명을 더 뽑자고 제안했다. 의과대학뿐 아니라 카이스트·포스텍이 의과학과 신설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이들도 포함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증원 규모가 1442명으로 늘어난다.
Q :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자는 건가.
A : 한의대 중에서 의대 전환을 원하는 데가 많으니 이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의대는 12개, 정원은 750명이다. 비수도권에 10개가 있다. 경희대·부산대·원광대·동국대 등 의대·한의대를 둔 5개 대학의 정원 350명을 먼저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6학년도에 시작하면 된다.
Q : 나머지 한의대는 어떻게 하나.
A : 한의대만 있는 7개 대학의 경우 의대로 전환하거나 의대가 있는 대학과 통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차적으로 전환해 나가면 된다. 박 교수는 "의과학과와 한의대를 활용하면 전체 증원 규모가 2000명에 이르거나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의 '의료인력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사는 2025년 649~785명 이미 과잉 상태이다. 2035년에는 1343~1751명 과잉이 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번 증원은 '정원외 정원'으로 분류하는 게 좋다. 5년 후 재평가를 해서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정식 정원보다 정원외로 하는 게 손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지방·필수의료 패키지는 오랜 검토 끝에 나온 좋은 대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올해보다는 내년, 그 이후에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당장 추진해야 한다"며 "일부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 제안대로 하면 '2035년 1만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지만 2040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태우에 충고한 ‘2인자론’…“절대 전두환 넘보지 마라” (84) | 중앙일보
- 류준열 열애설 뒤…혜리 "재밌네" 한소희 "환승연애는 없다" | 중앙일보
- 남친과 절친의 '잘못된 만남'…바퀴벌레 속 20대 여성 일기장엔 | 중앙일보
- "평범한 여성" 오타니 말 틀렸다…'9000억 사나이' 아내 놀라운 스펙 | 중앙일보
- "혼인신고 하면 바보"…연봉 1.3억 부부, 차라리 미혼모로 산다 왜 | 중앙일보
- 베트남 유명 관광지서 345명 식중독…'이곳' 갔다가 걸렸다 | 중앙일보
- 17억 줬는데 또 "돈 달라"…아빠에 1500번 연락한 '도박중독' 아들 | 중앙일보
- "군에 간 아들 서울의대 합격"…또 다른 대입 루트 '軍수생' | 중앙일보
- 박정희∙육영수 기리는 사찰 '박통사'…정치 지망생들 찾는 까닭 | 중앙일보
- 한국 와서 먹은 음식 뭐길래…'한만두 아들' 페타주 먹방 화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