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오아시스 같은 서비스로 도닥이고 싶어”

신은정 2024. 3. 1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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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쎄오 열전] <34> 글로벌 소셜 대화 앱 ‘마음’ 개발사 라이프오아시스 김수용 대표
김수용 라이프오아시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주력 서비스인 음성대화 애플리케이션 ‘마음’ 개발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하얀 피부에 곱상한 외모. 김수용(35) 라이프오아시스 대표의 첫인상은 어려움 모르고 자란 온실 속 화초 같았다. 그러나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첫 번째 창업에 실패하기까지 고생담은 그 오해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주 100시간이 넘게 일하며 스트레스로 청각 손실을 경험했고 세차 등 온갖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사막같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가치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아시스 같은 서비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용자가 없는 등 ‘마음’ 앱이 추구하는 서비스 가치를 설명하는 화면. 라이프오아시스 제공

라이프오아시스의 대표적 서비스는 2021년 5월 시작한 글로벌 소셜 대화 애플리케이션(앱) ‘마음’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영어회화 앱 ‘튜터링’의 직원 8명이 나와 만들었다. 첫 사업이 망한 뒤엔 튜터링 초창기 멤버로 영입돼 4년여간 회사의 성장을 도왔다. 1000억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던 그가 안정적 자리를 박차고 다시 창업에 뛰어든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6개월간 개발해 내놓은 앱에 악평이 쏟아지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누군가와 대화하고 이를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초심을 되찾자며 다시 내놓은 마음 앱은 지난 3년간 적지 않은 성장을 이뤄냈다. 3월 중순 기준 66개국에서 300만여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 결과 연 매출은 첫해인 2021년 7000만원에서 2022년 5억5000만원, 2023년 15억원, 올해는 30억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기업 가치 70억원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투자금 8억원, 정부지원금 8억원, 신용보증기금 8억원 등도 확보했다.

마음 사용자는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이 65%에 달한다. 한국어, 일본어 학습을 위해 언어교환 용도로 사용한다. 라이프오아시스가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한 일본인 유튜버가 ‘좋은 한국 사람들과 질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홍보해준 공이 컸다. 김 대표는 “국적은 달라도 서로의 관심사 안에서 좋은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일치한다”고 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듯… 누구나 위로받길

마음 이용 후기에는 ‘다른 앱보다 청정하다’ ‘장난하거나 욕하는 이용자가 없어서 좋다’는 긍정적인 평이 많다. 김 대표는 그 비결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용자들 덕분”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악성 사용자를 고도화된 신고·차단 기술로 선별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대화하려는 사용자를 평가해 낮은 점수를 주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등 자정 효과 덕이라는 것이다.

라이프오아시스는 그동안 출시된 수많은 음성 대화 앱에서 발생한 불만 사항을 다양한 필터링 기술로 극복하고, 이용자들이 서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대화 소재 콘텐츠를 개발했다. 라이프오아시스가 운영하는 가치관 소개팅 앱 ‘윌유’도 마음처럼 “여성들이 믿고 쓸 수 있고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scam·사기)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음 등 앱을 통해 기독교인이라면 기도를 하며 누리는 마음의 평안을 다른 이들도 경험하기를 바랐다. 선한 사람들과 만나 나눈 대화를 통해 하루를 살아가는 힘과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진심은 통했다. 마음에는 간증과도 같은 이용자 후기가 자주 전해진다. 한 시각장애인 사용자는 “38년 평생 주변 사람과 대화한 게 전부였는데 앱을 통해 정말 다양한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 고3 여고생은 대화 상대로 만난 상담사의 조언으로 힘든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쟁쟁한 기업 제치고 우승한 비결
김수용(왼쪽) 대표와 공동창업자 김대현 프로덕트 총괄이 지난해 청년벤처포럼 ‘어!벤처스’에서 ‘마음’으로 그랑프리를 받고 좋아하고 있다. 라이프오아시스 제공

라이프오아시스는 지난해 청년벤처포럼인 ‘어!벤처스’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100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쟁쟁한 회사들이 경쟁 후보에 있었지만 단기간에 수백만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대화를 통해 건전한 모습을 발산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여건과 사람들로 숱하게 지혜를 구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며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시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기업을 이끌어 가지만 사람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등 그 마음은 누구보다 뜨겁게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4대째 신앙 가문에서 자랐다. 그의 부모는 어머니가 14년 전 목사 안수를 받기 전에도 개척교회 3곳을 세우는 등 복음 전파의 사명을 묵묵히 지켜왔다. 현재 폐암 투병 중인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개척교회인 충남 천안의 온누리섬김교회에서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주일 아침마다 어머니가 목회하시는 천안에 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지가 12년째”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현재 아내와 함께 서울 온누리교회에도 출석하고 있다.

김수용 대표가 서울 고려대에서 창업 희망 대학생들에게 창업 관련 강의을 하는 모습. 라이프오아시스 제공


김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스타트업 대표,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을 만나 조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만들고 그런 가치에 공감하는 기업이 잘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며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를 섬기며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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