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고소" "네, 하세요"…진중권‧김행 방송 중 격한 언쟁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언쟁을 벌였다. 김행 전 위원이 과거 자신의 발언을 진중권 교수가 잘못 언급했다고 토로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는데, 두 사람은 감정이 격해진 듯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5일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낙마한 김 전 위원이 출연했다. 김 전 위원은 최근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은 이날 가짜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진 교수에게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다"며 "제가 한 번도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진 선생님이 그걸로 저를 엄청 공격하셨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제가 이렇게 정확히 이야기했다. 강간을 당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진 선생님은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여자가 여가부 장관 후보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 교수는 "그 말이 그 말 아닌가"며 "낙태를 금지한 나라에서도 그런 경우(강간)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강간을 당한 여성이 아이를 낳는 상황 자체를 상정한다는 게 그렇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 전 위원은 "그게 어떻게 같나. 강간당한 여성이 애를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정신빠진 여자가 어디 있느냐"면서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는 국가가 사회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 진의를 설명했다.
이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계속 언쟁을 이어가자 진행자는 당시 김 전 위원장의 정확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진행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은 당시 '낙태가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남자들이 취하고 도망쳐도 코피노를 다 낳는다. 너무 가난하거나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이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행자의 발언이 끝나자 진 교수는 "저게 관용이냐"며 따져 물었고, 김 전 위원은 "아이에 대한 관용"이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가 "코피노를 낳는다. 이거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재차 따지자, 김 전 위원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제가 그 뒤에 '필리핀 가서 우리나라 아이를 낳게 하는 남자들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한 건데 어떤 말을 뽑아서"라며 억울해했다.
또 김 전 위원이 "총선 끝나고 고소할 리스트에 진 선생님도 포함돼 있다"고 하자, 진 교수는 "예, 하세요"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도 "네, 그럴게요"라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말 한마디로 폄하하지 마시라. 제가 언제 강간당해 생긴 아이를 낳으라고 했나"고 했고, 진 교수는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본인이 표현하는 데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진행자도 "그만하시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수차례 제지에도 좀처럼 언쟁이 끝나지 않자 진행자는 제작진을 향해 "마이크 꺼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몇 초간 마이크가 꺼진 채 방송이 진행됐고, 이후 진행자는 김 전 위원과 진 교수에게 사과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이 죄송하다고 하자 진행자는 "저도 청취자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고 말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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