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피습 후 첫 부산 방문한 이재명…'팬심'은 환대, '민심'은 냉랭

남가희 2024. 3. 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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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들과 부산 찾아 지지 호소…"국민의힘 과반 막아달라"
이재명, 윤석열 심판 외쳐…"쓸모 없으면 해고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부산을 찾았다. 피습 사건이 있은 이후 첫 부산 방문인데, 이 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는 '팬'들이 모여들면서 부산 거리는 순식간에 인파로 가득채워졌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민심은 '냉랭'하기만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부산 기장에 위치한 기장시장을 부산 첫 일정으로 택했다. 기장은 현재 정동만 국민의힘 후보와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지역인데, 지난 총선에서도 간발의 차로 최택용 후보가 고배를 마신 곳이기도 하다.

이에 이 대표는 최 후보 지원을 위해 기장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의 등장에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파란 풍선을 들고 이 대표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몰려든 지지자와 유튜버에 시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표님! 건강하세요!"라고 목이 쉬도록 이야기하기도 했고, 한 여성 지지자는 "대표님 제가 정말 지지합니다"라며 참을 수 없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은 이 대표의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한 상인은 팔짱을 끼고 "장사에 방해만 되게 이게 뭐냐" "평소에나 이리 사람 좀 왔으면 좋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좌판에 앉아 멍게를 시식하기도 했다. 상인의 권유에 멍게를 시식한 이 대표는 "향이 엄청 좋다"며 '따봉'을 들어 보이더니 직접 한 봉지를 포장해 가기도 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전복을 시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만 먹어서 미안하다. 근데 심판도 식후경"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자리를 옮겨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대한민국의 두 번째 심장인 부산이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힘든 도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출범 직후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를 언급하며 "부산과 울산·경남을 엮어 새로운 동남권의 핵심을 추진하려 했지만, 윤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부울경 메가시티를 뒤집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이러다가 제주도 빼고 대한민국 전부가 서울이 되겠다"고 말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했는지도 의심이 들지만,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면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며 "막판까지 대역전극이라며 새벽까지 기다리게 했다. 국민이 얼마나 허탈했겠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해 부산 방문 당시 언급하지 않았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리 박재호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느냐.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민주당도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이라고 하는 큰 원칙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은숙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부산진구 당감동새시장을 찾아 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이어서 이 대표는 서은숙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부산진구 당감동새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서은숙(부산진갑) 후보를 비롯해 최형욱(서동) 후보, 이성문(연제) 후보, 이현(부산진을) 후보 등 부산 내 민주당 출마자들이 함께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즉석 연설을 열어 "주권자로서 권력을 이임한 주인으로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엄중히 경고하고 그간 잘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쓸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제 해고해야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부산의 주인은 부산시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달라"며 "견디기 어려우면 심판해야 한다. 우리 운명을 통째로 맡긴 국회의원이라는 집단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거나 국민을 탄압하고 고통을 준다면 당연히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선거"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사하구에 위치한 장림 골목시장을 찾았다. 좁은 골목시장임에도 이 대표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단 2년 동안 행정 권력만 갖고도 이렇게 나라를 망가뜨렸는데, 만약에 국회까지, 입법권까지 그들이 장악하면 아예 법과 제도·시스템까지 통째로 망가뜨릴 것"이라며 "그들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날, 대한민국은 다시는 돌아오기 어려운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국민의힘보다 못하겠느냐"며 "절대로 과반을 그들에게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들의 과반을 막아달라. 민주당이 151석이라도 할 수 있게, 제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방문에도 부산의 민심은 '냉랭'했다. 부산진구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A씨(49)는 "장사에 방해가 되니 빨리 하고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여기 같은 경우에는 안 물어봐도 다 국민의힘 지지다"라고 말했다.

기장에 거주하는 시민 B씨(45)는 "이 대표가 와서 신기하기는 하다"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편인데, 지지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심판을 계속 말하는데 민주당이 지난 국회 때 일 못하게 한 것도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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