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60대 아동복 상인까지 ‘생중계 판매’ 나선 이유 [르포]

김용현 2024. 3.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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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 아동복 거리 르포]
휴대폰 카메라로 ‘라이브 커머스’
저출생·경기불황 극복
“직접 찾아오는 손님도 늘어”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에서 최근 라이브 방송 중인 소매상 A씨가 시청자들 앞에서 신상 아동복을 선보이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 상가 안 점포. 상인들은 각자 삼각대에 고정해 둔 핸드폰 앞에서 한껏 목청을 높였다. “5살 아기가 신기 딱 좋은 사이즈예요. 애들 잘 넘어지는데, 미끄럼 방지가 돼 있냐고? 당연히 돼 있지!” 15년째 이곳을 지켜온 민모(67)씨가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럽게 아동용 양말을 자랑했다. 상가를 직접 찾는 손님은 한두명으로 한산했지만, 점포마다 활기가 돌았다. 상인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면서다.

국민일보는 이날 남대문시장 특화거리 중 하나인 아동복 거리를 찾았다. 과거 이곳 상인들의 손님은 직접 거리를 방문하는 오프라인 손님과 소매상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저출생 그리고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상인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을 이용한 ‘라이브 커머스’ 고객층을 확보해 살길을 찾은 셈이다.

15일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에서 소매상 A씨가 시청자들 앞에서 신상 아동복을 선보있는 라이브 방송 어플리케이션 화면 모습
공실율 30%...위기 극복 방법 스스로 찾아나선 상인들

취재인이 만난 상인들은 저출생과 경기불황 때문에 아동복 거리 전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동안 아동복 장사를 해온 40대 이모씨는 “3년 전에 비해 매출이나 손님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은 아동복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여는 등 해마다 지자체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난 2022년 6월부터 버티지 못한 상인들의 줄폐업이 이어져 지난해 공실율이 30%에 달했다고 한다. 아직도 아동복 거리 상가 곳곳이 공실을 유지한 채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다.
15일 오후 한산한 남대문 시장 아동복 거리 모습

이 어려움을 극복한 건 상인들 스스로였다. 아동복 거리 상인들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기존 소매업체 직원과 라이브 커머스 판매를 시작했다. 민씨는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SNS 판매 라이브 방송을 해준다는 소매업체에 의뢰해 아동복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 14년째 아동복을 판매해 온 김모(64)씨는 “온라인 판매 수익이 크다 보니 여기 있는 상인들 대부분이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방송 매출 비중 25%...코로나 이전 매출의 63%로 회복

취재진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아동복 거리 상인 8명에게 판매량을 취합해 매출액을 추산한 결과, 2020년 2월 1398만원이었던 월매출액의 평균은 2023년 2월에는 2227만원으로 회복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월 3542만원이었던 매출의 63% 가량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월매출액에서 라이브 커머스 수익이 사업체당 550만원으로 약 25%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아동복 상하의 평균 가격이 각각 2만원임을 가정해 추산했다.

아동복 점포주 송모(66)씨는 “4시간 방송에 200장을 팔았다”며 “보통 소매로는 하루에 40장을 파는데 4배를 한 번에 판 것”이라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동복 매장 9년차 직원인 40대 여성 임모씨 역시 “잘 파는 분들이 와서 팔아주면 3시간짜리 방송 한 번에 하루 매출 이상이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에서 최근 라이브 방송 중인 소매상 30대 A씨가 점포 사장 40대 B씨로부터 아동복 상품을 건네받으면서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하겠다는 소매상도 이같은 분위기에 아동복 거리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도·소매가의 차액만큼 돈을 가져간다. 방송 한번에 더 많은 옷을 팔면 그만큼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한 라이브 쇼핑 플랫폼에서 아동복 소매상으로 활동하는 심현정(40)씨는 4년째 이곳을 돌며 아동복을 라이브로 판매하고 있다. 심씨는 의뢰받은 점포에 요일별로 방문해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 전체를 소개한다. 시청자들은 SNS나 유통 전문 플랫폼으로 방송을 본 다음 상품을 구입한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날 남대문 아동복 거리를 찾은 30대 여성 박모씨는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남대문 아동복 거리 판매 상품을 봤는데 생각보다 되게 괜찮고 집이랑 가까워서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김나연(38)씨 역시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어떤 옷이든 아동복은 기본 대기가 한 달이다”라며 “아동복 거리에서는 바로 살 수 있고 직접 옷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큰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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