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라고? 비만약 '위고비''젭바운드'… 열광 뒤에 숨은 '한계'

이금숙 기자 2024. 3.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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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아직 국내 출시도 안된 비만약 '위고비(노보노디스크)' '젭바운드(일라이릴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기존 비만약의 체중 감량 효과가 체중의 8% 내외였다면 이들 약은 15~20%까지 감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와 톱모델 킴 카다시안 등 셀럽들이 직접 위고비 투약을 인증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비만 전문가들은 비만약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약의 효과가 과장됐으며, 비만약은 '보조요법'에 하나라는 것을 꼭 인지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임상시험에 따르면 약 투여를 중단하면 두 약 모두 체중이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비만 치료제'가 아닌 '체중감량 보조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에서 나오는 GLP-1 호르몬이 약 성분
두 약은 모두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의 약이다. GLP-1 호르몬은 음식 섭취 후 포만감을 느낄 때 장에서 분비돼 더이상 섭취를 어렵게 만든다. 이때 이 호르몬은 혈당 조절에 필수인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식욕을 억제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 덕분에 GLP-1 성분 제제는 당초 혈당 강하제로 각광받았으나, 이후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면서 비만약으로도 쓰이게 됐다.

실제 위고비의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체중 관련 합병증이 1개 이상이며 BMI가 27 이상인 성인 196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됐다. 68주간 주 1회 위고비를 2.4mg 투여한 결과, 평균 14.9%의 체중감량을 보였다. 위약군의 체중감소량이 2.4%인 것을 감안했을 때, 통계적으로 우월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젭바운드는 BMI가 30 이상이거나 체중 관련 합병증이 1개 이상이며 BMI가 27 이상인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72주 동안 주 1회  5mg, 10mg, 15mg, 위약을 투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5mg군은 15%, 10mg군은 19.5%, 15mg군은 20.9%, 위약군은 3.1% 체중감량을 보였다.

◇약 투여 중단하면 체중 돌아와
그런데 두 약 모두 약 투여를 중단하면 체중이 돌아오는 경향을 보인다. 위고비의 또다른 연구에서는 20주 간 약을 투여한 뒤 체중이 10.6% 줄었지만, 약 투여를 중단하자 48주 후 체중은 6.9% 회복했다. 빠진 체중의 3분의 2가 회복된 셈. 약을 계속 투여해야 빠진 체중을 온전히 유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젭바운드도 비슷하다. 처음 36주 동안 모든 참가자가 젭바운드 투여를 받고, 추가로 52주 동안에는 무작위로 젭바운드를 계속 투여받거나 위약으로 전환하도록 설계한 임상 시험을 했다. 36주간 젭바운드 치료를 마쳤을 때 참가자들은 평균 21.1% 체중 감소를 했다. 젭바운드 지속 치료군에서는 체중이 평균 6.7% 추가로 줄어든 반면, 위약군에서는 오히려 평균 14.8% 체중이 회복됐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투여를 중단하면 빠졌던 체중이 상당수 돌아와 현재로서 장기적인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또한 사용 중 ▲메스꺼움 ▲설사 ▲구토 ▲변비 ▲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약은 한 달 투여 금액이 1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비싼 약임에도 전세계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한국 시장에 언제 출시할 지도 불투명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안수민 교수는 "신약을 손꼽아 기다리기보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기본으로 하되, BMI 35 이상은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해보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비만대사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고도비만의 표준 치료법이다. 
한편, 위고비·젭바운드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대폭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자 제약사는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급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 2월 일본에 출시, 아시아 시장에 진입했고 연내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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